
국내 연구진이 뇌세포에서 치매와 비만을 극복할 실마리를 발견, 치료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시중 치매 치료제의 낮은 효과성과 부작용 위험 등 한계를 극복할 신약이 등장할지 기대된다.
8일 과학기자협회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뇌의 별세포를 공략하여 치매와 비만 정복하다’를 주제로 과학미디어아카데미를 개최했다. 행사의 연자로 참석한 이창준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은 뇌 속의 ‘별세포(Astrocyte)’가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원리를 설명했다.
별세포는 전체 뇌 세포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다. 신경세포와 뇌혈관을 연결하고, 신경세포간 연결인 ‘시냅스’의 기능을 조절한다.
그간 치매 원인에 대해 지배적인 가설은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의 과축적’이었다. 하지만 이 단장은 ‘반응성 별아교세포’를 치매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반응성 별아교세포는 별세포가 노화에 따라 기능이 떨어지고 변형된 상태를 의미한다.
치매 환자의 뇌 속에서는 가바(GABA)라는 억제성 신호전달물질이 과생성된다. 가바 과생성에는 마오비(MAO-B)와 과산화수소 등의 물질이 영향을 미친다. 별세포들이 반응성 별아교세포로 변해, 과산화수소를 과도하게 뿜어내면서 신경세포를 사멸시킨다는 것이 이 단장을 비롯한 과학계 일각의 가설이다.
현재 국내외에서 쓰이는 치매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는 뇌 속의 아밀로이드 제거 효과는 있지만, 투약 환자의 12.6%가 뇌부종 부작용을 경험했다.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레켐비는 투약 1년 6개월 시점에 질병의 진행을 위약군 대비 약 27%(5개월) 지연시켰다.
이 단장은 “치매 치료제가 없으니 레카네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쓰이게 됐는데, 효과가 별로 없으면서 부작용이 이 정도라면 과학자의 견해로는 실패한 약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는 치매 발병을 막는 핵심이 아니다”라며 “과산화수소 생성을 억제해 신경세포 사멸을 막으면 뇌 세포 사멸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치매뿐 아니라 비만 유발에도 별세포가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 조직의 열 발생을 조절해 체중조절 스위치 기능을 하는 ‘GABRA5 신경세포’의 활성을 별세포가 좌우한다는 사실을 쥐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GABRA5 신경세포가 활성화하면, 지방 조직의 열 발생이 촉진돼 체중이 줄어든다. 반대로 GABRA5 신경세포를 억제하면 에너지 소진도 미미해져 지방이 쉽게 축적된다. 반응성 별아교세포는 가바를 과생성해 GABRA5 신경세포를 억제한다. 즉, 반응성 별아교세포가 가바를 생성하지 못하도록 조작하면 식사량 조절 없이도 체중이 감소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별세포의 기전을 활용한 신약은 현재 국내외 바이오텍들이 개발하고 있다. 뉴로바이오젠은 치매와 비만을 적응증으로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국 사이렉스바이오에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성사해 향후 2~3상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지엔티파마, 바스테라 등이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이 단장은 “별세포의 작용에 집중하는 접근은 기존 연구들과는 다른 획기적인 방식”이라며 “특히 치매의 경우 발병 초기 환자뿐 아니라 이미 질병이 진행된 환자에게서도 신경세포 회복을 도와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