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현안 금융위, 안도걸안 기재부, 민병덕안 대자위 주도
한은, 만장일치 심사 요구로 사실상 '거부권' 확보 의견
자본금 5억 vs 10억, 온체인 담보 허용 등 쟁점 논의 중
법안 연내 통과 목표...부처 간 조율로 심사 지연 가능성
국회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추진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의 인가·감독 주도권을 둘러싼 정부 당국 간 3파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 법안들은 각각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에 주도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도 '만장일치 심사'를 요구하며 사실상 거부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는 글로벌 각국이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 시장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산업을 키우는 상황에서 국내 관련 산업을 키우고,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일반 암호화폐와 달리 ‘가치가 크게 오르내리지 않는’ 암호화폐로, 법안 통과 시 은행·핀테크·정보기술(IT) 기업 등이 직접 원화 기반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구축해 관련 플랫폼·서비스 시장이 성장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에서 민주당이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들은 스테이블코인의 감독 주체를 각기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 강준현 의원이 초안을 공개한 디지털자산혁신법은 금융위가 인가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발의된 민병덕 의원안은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가 실질적 감독 권한을 갖도록 설계됐다. 반면 발의를 추진 중인 안도걸 의원안은 기재부가 주관하는 범부처 TF가 주도하도록 했다.
대립점은 비은행 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최종 인가 권한 행사 주체다. 강 의원안은 금융위가 인가 권한을 갖되 긴급 상황 시 한국은행이 통화안정 목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 민 의원안의 디지털자산위는 민간 위원이 3분의 2를 차지해 기존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도걸 의원안은 기재부가 외환당국의 관점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한은은 어느 기관이 주도하든 '한은을 포함한 범부처 만장일치 심사'를 법제화해 한은이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비은행권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려면 만장일치 안전장치가 필수”라며 한은의 동의 없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불가능하도록 허들을 높이도록 하는 입장을 내놨다. 한은은 최근 관련 의견을 국정기획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발행 자본금 요건도 쟁점이다. 강 의원이 공개안 법안 초안은 자기자본 10억 원 이상과 발행 규모별 추가 완충자본을 요구하는 반면, 민 의원안은 5억 원으로 진입장벽을 낮췄다. 발행량 구간별 차등 적용 여부와 구체적 비율은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준비자산 구성도 논쟁 거리다. 발행액 100% 이상의 실물자산 보유에 대해선 각 법안이 일치하나 미국 국채·예치금·금 등 자산별 비율과 외부감사 주체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블록체인상에서 준비금 보유를 투명하게 증명하는 ‘온체인 담보 증명(Proof-of-Reserves)’ 방식 허용 여부도 디지털자산 업계와 한은의 입장이 엇갈린다. 디지털자산 업계는 온체인 담보 증명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한은은 온체인 담보 증명이 금융안정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며 전통적 외부감사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해외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 규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테더(USDT), USDC 등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면제 기준과 추가 의무사항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 논의는 8월 이후 본격화 될 전망이다. 법안을 추진 중인 의원들은 연내 법안 통과를 목표로 각 담당 부처 등에 의견을 조율 중이다. 강 의원의 법안은 업계 의견 수렴 등 추가 토론회를 거쳐 다음 달께 발의될 전망이다. 지난달 발의가 된 민병덕 의원의 법안은 올해 연내 추진을 목표로 정무위원회가 열리는 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안 심사 과정에서 국회와 부처 간 조율이 길어지면서 소위원회 등에서 논의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