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법 위반 아닌 규정 미비일 뿐…모두 반영"
금융투자업계 '싱크탱크'인 자본시장연구원이 수억 원 규모의 공사계약을 내부 기준 없이 체결하고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자에게 강사비를 지급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자본시장연구원에 대한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사업 적정성을 비롯해 예산ㆍ회계ㆍ인력ㆍ내부통제 실효성 등 경영 전반에 대해 살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금융위 소관 비영리 법인으로, 종합감사를 받은 건 2020년 8월 이후 5년 만이다.
감사 결과 7개 부적정 운영 사례가 확인됐다. 먼저 2023년부터 2024년 진행된 5억6200만원 규모의 인테리어 공사 2건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내부 규정상 외부 계약은 △일반경쟁 △지명경쟁 △수의계약 등 세 가지 방식으로만 체결해야 하는데 지침에 없는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 한 것이다.
금융위는 "관련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절차적 타당성이 저해되고 있으므로 규정상 흠결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김세완 원장에게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강사비 지급 기준도 미흡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 303건의 강의에 대해 2억1500만 원의 강사비를 지급했다. 이 가운데 129건(6300만원)이 청탁금지법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탁금지법에는 공무원, 언론사 임직원 등 외부 강사에 대해 사례금 상한액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시장연구원의 강사비 지급요령에는 직급ㆍ사회적 지명도 등에 따른 한도만 있고 청탁금지법상 외부강의 사례금 상한액 적용대상자는 빠져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연구원은 「강사비 등 지급요령」에 직급․사회적 지명도 등을 기준으로 강사비 지급한도를 규정하고 있고, 「청탁금지법」상 외부강의 사례금 상한액 적용대상자에 대한 지급한도는 규정하지 않고 있음>
직원들의 겸직 활동 위반 등 인사 관리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2023년 관련 시스템이 마련된 이후 17명의 연구원이 38건의 겸직 활동을 신고했는데, 이 가운데 원장의 허가를 받은 건 5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33건은 겸직을 시작한 후 신청서를 접수하는 등 허가 절차를 위반했다. 겸직 신청서를 누락한 사례도 30건이나 됐다. 특히 연구원은 2년 간 직원들의 겸직 활동을 단 한 번도 점검하지 않았다.
금융위는 "겸직의 경우 일회성인 대외 활동과 달리 주기적이고 보수를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된다"면서 "지연 신청 및 미신청 사례가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주의' 조치를 내렸다.
특별 휴직자의 영리 활동에 대한 관리도 소홀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6년 이상 근속한 연구원을 대상으로 1년간 학교 등에서 공부할 수 있는 '특별 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기간 연봉, 성과연봉, 연구활동수당이 모두 지급된다. 그런데 일부 특별 휴직 연구원들이 인사위원회 승인 없이 자문수당을 받는 등의 영리 활동을 했다.
이 외에도 ▲연구 윤리 적용 대상을 일부 보고서에만 한정한 점 ▲고유목적사업과 수익사업 간 내부거래를 제거하지 않은 채 재무제표를 작성한 점 ▲자산 분류 기준을 어긴 회계 처리 등이 함께 지적됐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감사에서 받은 지적들 모두 반영해 규정을 개선할 예정"이라며 "지적사항 전체적으로 보면 행위 자체가 법을 위반하는 등 문제가 됐다기보단 관련 내용이 연구원 규정에 근거로 명시돼있지 않은 점을 지적받았고 문제없이 바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