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대만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돌봄·요양에서 민간 의존도가 높다. 다만, 한국처럼 높은 민간 의존도가 문제로 지적되진 않는다. 그 차이는 민간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에 기인한다.
일본의 사회복지법인들은 후생노동성 등 정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요양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도쿄에 소재한 젠코카이(Zenkoukai)는 후생성과 함께 요양 서비스 이용자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기록·전송·공유하는 소프트웨어(SW) ‘SCOP home’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또한, 법인이 운영하는 입소형 요양시설에서 입소자 모니터링, 생체신호 측정·기록 등 간접업무를 대부분 정보통신기술(ITC)을 활용한 디지털 기기로 수행한다. 요양원 등 인력은 의사소통, 직접돌봄 등에 집중한다. 이 같은 돌봄업무의 효율화를 통해 젠코카이의 요양·간호직원 1명당 2.82의 이용자를 돌본다. 이는 일본 평균(2명)을 40% 웃도는 수준이다.
직접돌봄에 있어서도 종사자들의 신체적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입소자 운반업무 등에 로봇을 활용한다. 주로 입소자를 침대에서 휠체어로 옮기거나 침대에 눕히는 작업을 보조한다. 오사카 소재 후레아이공생회도 입소자 목욕기기를 도입했다. 스스로 거동이 가능한 정도에 따라 와식 또는 좌식을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민간의 로봇·기기 개발·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로봇·기기별 구입비용은 용도·성능에 따라 한화로 1000만(이동보조)~8000만 원(목욕보조)에 달한다. 마에카와 료(Maekawa Ryo) 젠코카이 종합연구소 소장은 “기기를 도입할 때 후생성과 도쿄도에서 보조금을 받는다. 우리가 부담하는 건 총비용의 25% 정도”라고 설명했다.
요양인력의 신체적 업무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직접돌봄의 질은 높아진다. 시설도 적은 인력으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져 재정적 여유가 생긴다.
서비스 연계와 요양인력 교육에서도 민간의 역할이 크다. 요양계획 수립과 시설 알선은 민간 법인이나 지역포괄지원센터에 소속된 개호지원 전문원(케어 메니저)가 담당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주로 행정업무다. 또한, 요양인력 교육은 사회복지법인과 사업소에서 진행한다. 교토의 타마네기 방문개호(방문요양) 사업소는 경력과 무관하게 모든 신규인력에 수습기간을 운영한다. 츠치야 야스히코(Tsuchiya Yasuhiko) 대표는 “신규직원을 선배와 묶어 2개월간 생활하도록 한다”며 “개호기술과 관련해서는 매년 외부 강사를 초청해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시설·사업소별로 지역 의료기관과 협약해 입소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만에선 민간 법인·단체가 돌봄·요양정책 수립의 핵심이다.
대만에선 민간이 제안한 정책을 정부가 채택해 집행하는 ‘상향식 정책결정’이 활발하다. 전국 101개 회원단체를 둔 노인복지 민간단체인 중화민국노인복리추동연맹의 장슈칭(Chang Shu Ching) 사무총장은 “우리가 정책을 제안하고, 그 정책을 정부가 채택하면 보상이 발생한다. 민간단체가 개발한 정책을 국가가 대가를 지불하고 구매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의 제안으로 채택된 정책으로는 노인 예방접종 확대와 연명의료 중단절차 개선 등이 있다. 이렇게 현장 의견을 토대로 만들어진 정책은 수요자들의 수용도와 만족도가 높다.
비영리 사단법인인 장기조호(장기요양) 전업협회는 정책연구·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을 주로 담당한다. 우샤오치(Wu Xiaoqi) 상무이사는 “2016년까지 시행된 ‘장기요양보험법’과 이후 시행된 ‘장기요양보호서비스법’이 우리 단체의 제의로 입법됐다”며 “장기요양보험법에서 장기요양보호서비스법으로 이동하면서 지원대상이 장애인까지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역할은 장기계획 마련과 재정적 지원이다. 특히 대만에선 장기요양을 보험 방식에서 예산사업 방식으로 전환한 뒤 재정의 안정성이 높아졌다. 재원은 담뱃세와 부동산 거래세 일부다. 왕링링(Wang Ling Ling) 위생복리부(한국의 보건복지부) 전문위원은 “현재는 국가에서 걷는 세금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다른 방식보다 안정적”이라며 “의료보험과 연계하면 탄력성, 지불문제 등 복잡성이 커지며, 보험은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