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과거 PB 독점 판매 전략 버리고 이커머스로 판로 확대

국내 주요 대형마트들이 '이커머스 플랫폼 공세'에 자존심을 굽히고 있다. 과거 직접 기획ㆍ개발해 자사 몰에서만 판매하던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경쟁사인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시켜 판매에 나선 것이다. 과거와 같은 독점 판매만으로는 고객 유입 등 상황이 녹록하지 않게 되자 판로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 PB '오늘좋은'이 최근 쿠팡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은 현재 롯데마트 오늘좋은 제품을 직매입하는 방식으로 유통에 나섰다. 이에 따라 쿠팡 고객은 로켓배송(익일배송) 서비스를 활용해 롯데마트 PB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새벽배송 전문 이커머스 컬리는 이마트 PB '피코크' 제품 24종을 판매 중이다. 피코크가 컬리에 입점된 것은 2021년부터다. 이 곳에서는 피코크의 가정간편식(HMR), 김치, 디저트 등 먹거리 구매가 가능하다. 특히 이마트몰과 동일한 가격에 판매 하며 컬리의 최대 장점인 '샛별배송'으로 새벽 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킴스클럽 PB '오프라이스'도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선 한국상품 전문관 '케이베뉴(K-venue)'에 공식 스토어 형태로 입점했다. 주요 판매 제품은 화장지, 물티슈, 세제, 건전지 등 생활용품 등으로 기업이 직접 상품을 발송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PB 제품은 독점 판매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동일 품목 대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대신 독점 전략을 통해 매장 방문객을 확보, 연계 소비를 유발하는 것이 핵심 판매 전략이었다. 특히 자사 브랜드의 차별화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실제 이마트 PB '노브랜드'의 경우 대형마트에 이어 계열사 편의점(이마트24)에 입점하며 매장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국내 유통시장 주도권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PB 전략도 달라졌다. 특히 국내 대형마트업계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잇달아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하고 있어, PB 판로를 이커머스까지 넓혀 수익 다각화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유통기업은 직전연도 대비 15% 성장, 국내 전체 유통사 매출의 50.6%를 차지했다. 이커머스가 오프라인 유통기업 매출 비중을 2년 연속 뛰어넘은 것이다.
유통업계에서 이커머스 주도권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기관 오픈서베이가 국내 성인 남녀 1285명(만 20∼59세)을 상대로 온라인 식료품 구매 트렌드를 설문조사한 결과 2명 중 1명(55.4%)꼴로 온라인 플랫폼, 그 중에서도 쿠팡에서 식료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대형마트로선 자존심을 구기고 PB 판로 확대와 브랜드 홍보 효과를 위해 이커머스 입점을 마다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에서 PB가 익숙해지면 오프라인 점포에서 찾을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대형마트업계 관계자는 "우수한 PB 상품에 대한 외부 판매를 통해 홍보 효과와 매출 향상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고 있다"며 "더 많은 고객이 자사 PB 제품을 경험해 이에 관심을 갖게 되면 더 많은 구색을 갖춘 매장 점포로 유입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