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수신금리 낮춰
조달비용 줄이기⋯총량관리 강화 대출금리 올려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사실상 연 2%대에 고착화했다. 고금리 예금이 사라지면서 ‘예테크(예금+재테크)’도 옛말이 됐다. 반면 대출금리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대책 등의 영향으로 서서히 내리거나 일부 반등하면서 예대금리차(예대마진)는 다시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이자부담은 좀처럼 줄지 않는 상황이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기준 신규 취급된 금리 연 2~3% 미만 정기예금 비중은 98.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연 4~5%대 고금리 예금이 흔했지만 이제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같은 기간 금리 연 3~4% 미만 예금은 0.7%, 연 4~5% 은 0.2%에 불과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에 몰린 것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하반기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이어지자 시중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예금금리를 낮춰 자금조달 비용을 줄이고 있다.
금리 구간별 추이를 보면 이런 흐름은 더 뚜렷하다. 2023년 11월만 해도 연 4~5% 미만 금리 구간 정기예금 비중이 62.1%에 달했지만 지난해 4월 1.4%로 급감했고, 올해 5월에는 0.2%까지 떨어졌다. 반면 연 2~3% 미만 금리는 같은 기간 5.9%(2023년 11월)에서 6.2%(2024년 4월)를 거쳐 올해 5월에는 98.6%까지 치솟았다.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도 하락세다. KB국민·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이미 수신금리를 잇달아 낮춘 데 이어 신한은행도 예금금리를 추가로 인하한다. 신한은행은 이날 14개 거치식 예금과 22개 적립식 예금의 기본금리를 0.05~0.25%포인트(p) 내리기로 했다. 신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정기예금 금리도 16일부터 하향 조정된다.
은행 입장에선 이달부터 시작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대출영업을 대신할 수 있는 수익사업을 당장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은행들은 선제적으로 예·적금 금리부터 낮추며 조달비용을 줄이는 모습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연 2%대 초·중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특판으로 쏟아졌던 4~5%대 고금리 예금은 시장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은행권은 대출 쏠림을 억제하고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지표금리가 내려갔음에도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금리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인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1일 금리가 5년 간격으로 바뀌는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연 3.57~4.77%로 결정했다.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연 3.51~4.71%)과 비교해 0.06%p 올랐다. 신한은행은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같은 기간 연 3.54~4.95%에서 연 3.62~5.03%로 올렸고, 하나은행도 주담대 대환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를 연 3.73%에서 연 3.83%로 0.1%p 인상했다.
금융권에선 시중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 영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예금금리를 미리 낮추고 가산금리를 조정해 예대마진을 방어하는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