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생지원금의 지급을 앞두고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재난지원금이나 민생지원금의 실질적 효과나 정책적 타당성은 차치하더라도, 지급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현실적으로 자주 발생한다. 그만큼 다양한 판례들도 축적되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3월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난민인정자를 제외한 정부의 지급 기준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영주권자, 결혼이민자, 난민인정자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게 헌재 판단이었다. 이는 재난 상황에서도 평등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판례로 평가된다.
반대로 재난지원금의 차별적 지급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 재난지원금이 시장경제 질서에 반하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으로 헌법소원이 청구된 적도 있다. 헌재는 모두 법적 관련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앞서 법무부는 교정시설 수용자에게 온누리상품권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 지급절차를 마련했는데, 이를 두고 사회적으로 논란을 야기된 바 있다.
사적 영역에서도 지원금을 둘러싼 다툼은 이어진다. 이혼 소송 과정에서 세대주인 배우자가 자녀 명의의 재난지원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상대방이 이를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며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법원은 해당 지원금이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별거 및 이혼 소송 중이던 배우자가 긴급재난지원금을 받고자 세대주 변경을 하며 상대방의 인장을 무단으로 날인해 서류를 제출한 사건도 있었다. 결국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가 인정돼 형사재판을 받았다고 한다.
더 복잡한 쟁점은 실질적 사업자와 명의상 사업자 간 관계에서 발생한다. 타인 명의로 사업장을 운영하던 실질적 사업자가 명의상 사업주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의 반환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실질 운영자에게 지원금이 귀속돼야 한다고 봤다.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은 사업자등록 명의 기준으로 신청하고 지급되므로, 실질적 운영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이름으로 직접 신청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재난지원금이 정부의 방역 조치로 인해 실질적인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므로, 명의상 사업주라고 하더라도 그 지원금에 대한 민사상 귀속권까지 당연히 갖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업장 운영자 간 내부적으로 재난지원금의 실제 귀속 주체를 정해야 하며 명의상 사업주와 실질 운영자가 다른 경우에는 실질적 피해자, 즉 실질적 운영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이다.
이처럼 재난지원금은 단순한 정책적 혜택을 넘어 개인 간의 법률관계에 더해 헌법적 판단까지 이어지는 복합적인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보라 변호사는 “향후 민생지원금 등의 형태로 국가가 행정지원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지급 기준의 합리성과 투명성, 실질적 수령자의 권리 보호 측면에서 더욱 정교한 법적·행정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