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결정 아닌 SKT 이사회 결정"
사태 일단락 되나…정부 과징금·과태료 경찰 조사 남은 과제

"2, 3분기 실적에 위약금 면제 등이 굉장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단기 실적보다는 고객 신뢰 회복을 통해 회사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더 중시하겠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사장)는 4일 본사 T타워 4층 수펙스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사이버 침해 사고 이후 위약금 전액 면제 결정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SKT는 최근 발생한 해킹 사고에 따른 고객 피해를 고려해 약정 고객이 해지 시 부담해야 할 위약금을 전액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해킹 사고에 SKT의 과실이 인정되며 위약금 면제 적용이 가능하다는 정부 판단이 나온 직후 결정됐다.
유 대표는 "긴급 이사회에서 격론 끝에 위약금 문제를 수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면서 그 전부터 오래 준비를 해왔던 건 아니고, 정부 발표와 고객 상황을 보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하는 게 주주가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결정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판단이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대해 "SK 그룹은 이사회 중심 경영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위약금 문제와 보상 관련돼서는 오롯이 저와 이사회가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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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급 대상은 사이버 침해 사고 발생 직후인 4월 19일부터 이달 14일 사이 서비스 해지 고객이다. 이러한 날짜 결정은 이달 22일 단말기유통법 폐지 등 시장 상황과 고객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약금은 약정 기간 내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제공 받은 할인 혜택의 전부 혹은 일부를 반환하는 금액이다. 단말 지원금 반환금 또는 선택 약정할인 반환금이 해당한다. 공시지원금 약정 고객은 단말기 할인 금액이, 선택약정 고객은 누적 요금 할인 금액이 각각 위약금으로 산정된다. 다만, 단말기 할부금은 단말기 자체를 할부로 구매한 대금으로, 통신 서비스 약정과 별개의 구매 계약이기 때문에 위약금 면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유 대표는 "긴급하게 결정된 사항인 만큼 빠르게 실행할 수 있도록 환급 방식으로 환급 방식으로 환불해 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총 5000억 원 규모의 보상안도 발표했다. 이른바 '고객 감사 패키지'다. 별도 신청 절차 없이 전 고객(7월 15일 0시 기준)의 8월 통신요금을 50% 할인한다. SKT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고객 대상으로도 8월 통신 요금 0% 할인을 지원한다. 또 8월부터 연말까지 전 고객에게 매월 데이터 50GB를 추가 제공한다.
SKT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향후 5년간 정보보호에 총 7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내부 전담인력을 육성해 정보보호 전문 인력을 기존 대비 2배인 150명 확대한다. 거버넌스도 대폭 개편한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조직을 CEO 직속으로 격상하는 한편, 이사회에 보안 전문가를 영입하고 회사 보안 상태를 평가하고 개선하는 레드팀(Red Team)을 신설한다. SKT는 새로운 CISO로 아마존, 삼성전자를 거친 정보보안 전문가 이종현 박사를 영입했다. 류정환 네트워크인프라 본부장은 "내부 인력을 좀 더 전문화시켜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실적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SKT는 이날 올해 연결 기준 매출 가이던스를 17조8000억 원에서 17조 원으로 하향 조정해 공시했다. 영업이익 가이던스 역시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몇년 간 SKT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오던 인공지능(AI) 투자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유 CEO는 "매출과 이익이 급감하게 돼, AI 투자에 있어서도 일정 정도의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한 상황이긴 하다"면서도 "SKT의 미래는 AI에 있다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격적인 위약금 면제 결정에 사태는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 및 과징금·과태료, 경찰 조사 등은 향후 과제이다. SK텔레콤은 4월 21일 정부의 정보 보전 명령에도 서버 2대를 포렌식 분석이 불가능한 상태로 임의 조치 후 조사단에 제출했고, 과기정통부는 이를 수사기관에 의뢰할 예정이다. 유 대표는 "고의적인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라면서 "이와 관련해서 내부 자료를 모두 숨김없이 제출하는 등 조사에 임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