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분기 이후 처음 6조 원선 넘어
업계 전반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 증가

국내 캐피털업계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규모가 2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고위험 대출이 부실화 조짐을 보이면서 대손충당금 확대, 자금조달 비용 증가 등 캐피털업계 전반의 자산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리스·할부금융사 등 52개 캐피털사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올해 1분기 기준 약 6조1694억 원으로 집계됐다. 2002년 3분기(6조5727억 원) 이후 고정이하여신이 6조 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회사가 빌려준 돈 중 정상적으로 회수가 어려운 부실채권을 뜻한다. 일정 기간 연체로 회수가 불확실한 '고정', 회수 가능성이 낮은 '회수의문',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추정손실'로 나뉜다.
캐피털업계의 고정이하여신은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본격적으로 터지기 직전인 2022년 말 2조8039억 원에서 꾸준히 상승하다 올해 처음 6조 원을 넘어섰다. 세부적으로는 △고정 3조4982억 원 △회수의문 1조9437억 원 △추정손실 7273억 원이다.
회사별 규모는 OK캐피털(5871억 원), KB캐피털(4275억 원), BNK캐피털(3895억 원), 현대캐피털(7681억 원), 메리츠캐피털(6710억 원), 하나캐피털(2894억 원) 등 순으로 많았다.
캐피털사가 취급한 전체 대출 중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도 증가했다.
리스사의 경우 올해 1분기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평균 13.09%로, 전년 동기(7.45%) 대비 5.64%포인트(p) 증가했다. 할부금융사도 지난해 1분기 6.04%에서 올해 1분기 9.35%로 3.31%p 상승했다. 52곳의 캐피털사 중 절반 이상인 35곳이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떠안은 부실채권의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부실은 캐피털사가 부동산 PF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고정이하여신 잔액이 커진 것은 부동산 PF 쪽 사업을 많이 취급했기 때문"이라며 "금융당국에서 지난해 6월 부동산 PF 사업성 재평가를 하면서 정상·요주의 채권들이 고정이하여신 채권으로 재분류된 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손충당금과 자본금이 많이 쌓여 있어서 여력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캐피털사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업권에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부실채권 비율도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금융당국에서 PF 연착륙 대책을 강도 높게 시행하면서 (2금융권에) 대손충당금을 많이 적립하도록 했고 현재 사후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마무리가 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