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당시 디즈니 비전 모델로
ADK 등 비게임社 인수로 확장
닌텐도처럼 '디지털 믹스' 전략

장병규<사진>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2029년까지 매출 7조 원 달성이라는 청사진을 내놓으며 체질 전환을 공식화했다. 장 의장이 직접 설계하고 주도하는 대규모 인수·합병(M&A) 전략이 그 중심에 있다. 단순한 게임 개발사를 넘어 ‘글로벌 IP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선언이자 실행이다.
장 의장의 경영 구상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일관되게 드러났다. 그는 게임 사업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판단해 전략적으로 활용했다. 지난해 연매출 2조7098억 원을 달성한 크래프톤의 매출 90%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장 의장이 창업 초기부터 크래프톤을 게임사가 아닌 글로벌 수출 중심의 지식재산권(IP) 기업으로 설계해왔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체성은 기업공개(IPO) 당시에도 명확히 드러났다. 2021년 IPO를 준비하던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에서 자사의 비교 기업으로 월트디즈니를 제시했다. 게임사를 넘어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시장에 공표한 셈이다.
크래프톤은 상장 이후 현재까지 40건이 넘는 글로벌 게임·웹소설·오디오콘텐츠·소셜·핀테크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기업에 투자해왔다. 인도·동남아 등 신흥시장에만 약 2억 달러(약 2711억 원)를 투입했고 세컨드 파티 퍼블리싱 강화를 위한 투자액도 1599억 원에 달한다. ADK, 넵튠, 스푼랩스 등 비게임 콘텐츠 기업의 인수를 포함하면 콘텐츠·미디어 분야에 투입한 자금은 최소 1조673억 원에 이른다. 특히 비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는 전체 투자 중
가장 큰 비중으로 크래프톤이 단기 수익보다 IP 생태계 확장을 중심에 두고 장기적 전략을 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크래프톤의 M&A 전략은 크게 △신작 파이프라인 확보 △메가 IP 선점 △콘텐츠 융합 기반 확장 △신흥시장 선점 등으로 요약된다. 북미·유럽 게임사에 대한 분산 투자를 통해 차세대 타이틀과 퍼블리싱 권한을 선점하고 배틀그라운드를 이을 메가 IP 확보를 위한 개발사 지분 투자도 병행 중이다. 동시에 ADK(광고회사), 넵튠(애드테크 기업), 스푼랩스(콘텐츠 플랫폼 기업) 등 비게임 기업을 인수해 자사 IP를 콘텐츠로 확장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중동 등 신흥시장엔 조기 투자를 단행해 디지털 생태계를 조기에 선점하는 전략도 병행 중이다.
이러한 전방위적 확장은 단기적 성과보다는 IP의 ‘장기흥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마리오로 대표되는 닌텐도처럼 하나의 게임 IP를 다층적 미디어로 전환해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간 소비되도록 만드는 ‘미디어 믹스’ 전략이 크래프톤의 최종 모델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최근 750억 엔(약 7103억 원)에 인수한 일본 3대 종합광고사 ADK를 통해 콘텐츠 기획·제작부터 광고·마케팅까지 아우르는 종합 역량을 확보했으며 콘텐츠 강국 일본을 거점으로 장기적으로 일본 콘텐츠 산업 전반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결국 ADK가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유수의 일본 IP와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투자로 보인다”며 “단순 광고회사가 아닌 애니메이션·미디어 제작과 유통 전반을 아우르는 파트너와 손잡음으로써 크래프톤의 IP 확장 전략에 실질적인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