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 전체 주주…포괄적 범위에 불확실성↑
리스크 피하고자 ‘임원 책임 보험’ 가입 늘어
민사소송은 해결한다지만…형사책임과 ‘별개’
감사위원 분리선출 부담…“신중한 입법 기대”
‘소액주주 보호’가 가야하는 방향인지 의문도
“해외자본, 韓기업 경영권 찬탈 역설 가능성”
1일 본지와 만난 김지평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새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및 회사법 규제 개선에 나서자 경제계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회사법 전공으로 법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변호사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지배구조자문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주주 보호를 강화하고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여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다.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개정하려는 상법 주요 내용 가운데 특히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확대가 핵심으로 꼽힌다.
기존 이사회는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책임에서 자유로웠으나, 개정을 통해 소액주주나 행동주의 펀드 등에 대해서도 책임경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실제 도입된다면, 회사와 주주 이익 내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이익이 상충되는 경우 소액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없는 의사결정은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역시 재계에서는 큰 고민거리로 받아들인다. 상장회사들의 경우 종전에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 1명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출할 의무가 있었는데, 분리 선출 대상 이사를 2명에서 3명까지 늘리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합병‧교환비율 산정 신중 기해야
소액주주 축출할 때 적절성 쟁점
김 앤 장은 대표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거래 유형을 크게 ① 합병‧교환비율 산정 ② ‘쪼개기 상장’ 이슈 ③ 소액주주 축출 쟁점 등 세 가지로 예시한다.
우선 합병 또는 포괄적 주식교환 시 합병‧교환비율 산정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동안 합병 등은 회사 규모가 커진다는 이유에서 부실 회사와 합병해 자본잠식에 빠지게 되는 등의 사정이 아니라면 합병으로 인해 회사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주주 입장에서 합병비율 등이 부당하게 산정된다면 자신의 지분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다음으로 물적 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 및 신주 발행, 이른바 ‘쪼개기 상장’이 힘들어질 수 있다.
쪼개기 상장을 하더라도 모회사 영업력에는 아무 영향이 없고 달리 회사의 자산이나 인력이 유출되는 것도 아니므로 회사의 손해는 없지만 △모회사 주주들의 해당 사업부 수익에 대한 접근 차단 △모회사의 핵심 사업 소실에 따른 주가 하락 △모회사 주주들의 주식 수에 따른 신주인수권(상법 제418조) 우회 침해 여부에 관한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금교부형 합병, 포괄적 주식교환 및 상법상 지배주주 매도청구권(스퀴즈아웃) 거래 등을 통한 소수주주 축출 문제가 거론된다.
그간 소액주주를 축출한다고 하더라도 회사에는 손해가 있을 수 없어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으로 문제 삼기 어려웠다. 하지만 향후 소액주주 축출 거래와 이에 따라 지급되는 대가의 적정성에 문제 제기가 생길 수 있다.
인수합병(M&A)·공정거래 분야 전문가인 김진오 김앤장 변호사는 “재계·학계·시민단체 등에서 상법 개정 때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면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각계 의견들이 충분히 반영된 입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원의 고의적‧불법적 행위까지는 보장 안 해
앞서 윤석열 정부는 올해 4월 1일 “현실에서 어떤 의사결정이 총 주주 또는 전체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것인지 문언상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상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거부권 행사)를 했다.
당시 법무부는 “이러한 불명확성 때문에 이 법률안은 일반주주 이익의 부당한 침해를 방지한다는 본연의 목적을 넘어, 기업의 의사결정 전반에서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직면하게 함으로써 적극적 경영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뒤 법무부는 같은 달 20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에 관해 신속히 당정 협의 등을 거쳐 입법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라는 180도 태세 전환한 입장을 표시했다.

배상 피하려 ‘임원 책임 보험’ 쑥
해외 자본, 경영권 찬탈 가능성↑
상법 개정안 국회통과가 유력해지면서 ‘임원 배상책임 보험(D&O)’이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임원 배상책임 보험이란 회사 임원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부당행위를 함으로 인한 주주 혹은 제3자를 향한 손해배상 책임을 보상하는 보험 상품이다. 법조계는 최근 5년간 D&O 시장이 5배가량 급성장한 것으로 추산한다.
다만 업무상 배임죄와 같은 형벌 규정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태에서 민사소송상 손해배상 책임을 보험으로 회피한다 해서 형사책임까지 면책되는 건 아니다. 게다가 D&O조차 임원의 고의적‧불법적 행위는 보장해주지 않는다.
소액주주 보호가 반드시 가야하는 상법 개정 방향인지를 두고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양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해외 자본의 적극적인 투자가 우리나라 기업을 발전시키기 보다는 외국인 투자자 배만 불리는 사례들이 자주 일어났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소액주주 권익 보호라는 가치를 내세운 상법 개정안은 역설적으로 해외 자본의 국내 기업 경영권 찬탈을 위한 ‘트로이 목마’란 폐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