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품종 수입하다 감자스낵ㆍ 씨감자 수출하는 ‘종자회사’로 거듭나
美 펩시코와 쌍벽...계속되는 기후변화 등 맞춰 지역특화 품종 개발 목표

K-과자의 글로벌 확장을 주도하고 있는 오리온은 ‘좋은 제품은 좋은 원재료에서 나온다’는 원칙을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오리온 감자연구소’다.
감자스낵을 위해 감자품종부터 연구하는 이곳은 글로벌 기업과 견줘도 부럽지 않은 오리온만의 탁월한 감자스낵 제조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오리온 감자연구소에서 개발한 품종으로 만든 ‘포카칩’은 한국, 베트남에서 미국 펩시코(PepsiCo)의 메가히트 제품 ‘레이즈’를 넘어섰다. 이 연구소 덕분에 오리온은 감자스낵뿐 아니라 씨감자까지 수출하는 회사로 발돋움하게 됐다.
27일 방문한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리온 감자연구소는 여러 개의 비닐하우스가 단층의 건물을 둘러싼 모습이었다. 비닐하우스를 빼곡히 채운 감자묘들은 방울토마토처럼 생긴 열매를 맺고 있었다. 이는 연구소에서 인공교배로 실험 중인 감자묘들로, 감자스낵에 적합한 새로운 감자 품종 후보들이다. 황순원 오리온 종서개발파트장은 “인공교배부터 품종 선발까지 과정에서 새 품종이 탄생할 확률은 50만분의 1정도로 시간도 10년 넘게 걸린다”며 “이들(감자묘) 중 쓸만한 게 있길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오리온에 판매 중인 과자 중 감자를 활용한 제품의 국내 매출은 약 19%로 상당하다. 포카칩, 스윙칩 등 생감자칩은 작년 기준 국내에서 1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감자를 얇게 썰어 튀겨 만든 생감자칩은 감자원료 비중이 90% 이상으로, 감자 상태가 가장 중요하다. 좋은 가공용 감자는 △좋은 맛 △높은 고형분을 바탕으로 한 고(高)수율 △예쁜 색상 △적은 결함 등 깐깐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 외에 저장성이 좋거나 저온 당화저항성, 내병성 등 농가에서 필요로 하는 조건도 있다.
오리온 감자연구소 설립 당시인 1980년대엔 반찬용으로 쓰이는 식용감자가 대부분이라 스낵 제조엔 적합하지 않아 감자스낵용 감자는 수입에 의존했다. 그러다 감자스낵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를 감지한 오리온은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감자연구소를 설립, 가공용 감자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36년에 걸쳐 두백(2000년), 진서(2023년), 정감(2024년) 등 신품종 개발에 잇달아 성공했다. 어렵게 개발한 품종인 만큼 파종과 농가 현장 관리등 연구소에서 직접 한다. 감자스낵을 위해 감자 품종까지 연구하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도 오리온 외에 펩시코, 일본 가루비(Calbee)뿐이다.

감자연구소가 꾸준히 신품종을 연구하는 이유는 감자스낵 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기후변화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감자칩 시장은 2024년 5억5500만 달러(약 7538억 원)에서 2033년 8억2900만 달러(약 1조1259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 농가의 상황은 변화무쌍하다. 땅속 수분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감자가 상품성 있게 자라는데 기후변화 때문에 해가 갈수록 재배 상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감자연구소의 연구 개발을 기반으로 K-과자는 물론 씨감자까지 수출하고 있다. 베트남에선 진서 품종이 인기를 끌며 품종보호 등록이 진행 중이며, 중국에서는 현지에 맞게 개발한 ‘OA-2132’가 신품종 등록 추진 중이다. 황 파트장은 “스낵 가공에 적합한 감자도 중요하지만, 농가에서도 안정적으로 재배되고 수익성이 보존되는 ‘윈윈’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역마다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