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연구개발비는 4000억 수준 그쳐
'세계 1위 식품사' 네슬레와 5.7배 차

역대급 수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정작 미래 경쟁력의 핵심인 연구개발(R&D)에는 매출의 1%도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K푸드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기술 개발 투자와 인프라 축적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본지가 국내 10개 주요 식품기업(CJ제일제당·대상·동원F&B·롯데웰푸드·오뚜기·농심·풀무원·삼양식품·SPC삼립·오리온)이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체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1%를 넘긴 곳은 CJ제일제당과 대상 등 2개 기업 뿐이었다. 이들 기업의 평균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0.6%, 금액 기준으로는 약 4000억 원이다.
이는 글로벌 식품 대기업들과 비교해 확연히 낮은 수준이다. 세계 1위 식품업체 네슬레는 지난해 전체 매출 913억5400만 달러(124조5200억 원)의 1.8%에 해당하는 16억6700만 달러(2조2700억 원)를 R&D에 투입했다. 국내 10개 식품사의 R&D 비용을 모두 합친 것보다 5.7배 많은 규모다. 네슬레는 최근 5년간 꾸준히 2조 원대의 R&D 지출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식품기업 중에서는 CJ제일제당이 R&D에 가장 적극적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2180억원을 R&D에 썼다. 이는 식품사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이 회사 전체 매출의 1.2%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식품사업부문 대표에 글로벌 전문가를 영입하고 신제품 개발과 기술 고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5월 새로 선임된 그레고리 옙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는 맥코믹, 펩시코 등 세계 유수의 식음료 기업과 미국IFF R&D 센터까지 30년 넘게 두루 경험한 글로벌 식품 전문가다.
업계에서는 국내 식품기업의 인기 제품에 의존하는 안정 전략과 투자설비 비용 리스크, 저마진 산업 등을 R&D 투자 부진의 배경으로 지목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체의 경우 제품 개선보다 유통망 확대와 광고에 더 집중하는 구조”라며 “기술 개발 없이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 생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식품 기술 고도화가 필요한 가공식품, 대체육,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