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인기 휴대폰 신작 출시 등 3분기 격전 예고
KT·LG유플러스도 번호이동 고객 유치 총력전

24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의 한 SKT 대리점. 기자가 휴대폰 단말기에서 일정 금액을 할인해주는 '공시지원금'에 대해 묻자, 대리점 직원은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달 초까지 지원금은 한 60~70만 원이었다. 근데 점점 더 줄어든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보조금) 추이를 보면, 공시지원금이 낮아지면 더 낮아지지 높아질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SKT는 전국 2600여 개 직영점과 대리점에서 신규 가입 및 번호이동에 대한 영업을 재개했다. 유심 정보 침해 사고로 신규영업이 중단된 지 50여 일 만이다. 신규 영업 재개 첫날, SKT 대리점에선 '조용한 마케팅 경쟁'이 벌어졌다.
직원은 출고가가 149만6000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S25 울트라 모델에 대한 최대 86만 원의 공시지원금 및 보조금을 제시했다. 여기에 제휴 카드를 신규 가입할 경우 60만 원이 추가 할인된다는 설명도 더했다. 단, 조건은 8만9000원 요금제를 6개월 쓰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높은 요금제를 쓰면 지원금은 더 나온다"고 했다.

SKT의 영업 재개로, 이동통신3사 간 고객 유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KT와 LG유플러스는 번호이동 고객에 대해 두 배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마케팅 전쟁에 뛰어들었다. KT의 일부 매장은 갤럭시 S25 기준 번호이동 지원금을 최대 109만 원으로, LG유플러스의 일부 매장에선 최대 120만 원으로 각각 상향했다.
SKT에겐 무엇보다 해킹 사태 이후 대거 이탈한 고객을 되찾는 게 급선무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4월 22일부터 전날까지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누적 가입자 수는 61만4631명이다. 순감 수는 52만2302명이다. SKT에서 KT와 LG유플러스로 이탈한 이용자는 각각 33만2303명, 28만2328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SKT의 시장 점유율 40% 선이 무너졌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올해 3분기엔 삼성전자 폴더블 신제품 및 애플 아이폰 신작,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등 통신 시장 내 주요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임봉호 MNO사업부장도 같은 날 침해 사고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7월에 삼성전자 갤럭시 폴더블폰7이 출시된다. 단통법도 폐지되고 9월엔 신규 아이폰 출시 등 여러 이벤트가 3분기에 있다"며 "(마케팅 비용은) 단통법 폐지 이후 시장의 경쟁 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SKT는 신규 영업을 재개하더라도 기존 가입자의 유심 교체를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라는 방침이다. SKT는 "전국 유통망과 협업해 신규 가입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를 차질 없이 제공할 예정"이라며 "침해 사고 관련 유심 교체를 희망하는 고객들을 위한 지원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