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점수 930점도 안되네…'고신용자들'도 넘기 힘든 은행 대출 문턱

입력 2025-06-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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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6-24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은행 대출 평균 점수 934점
신용점수 올라도 한도는 줄어
점수 쏠림에 중신용자 더 밀려

“신용점수 920점이면 웬만한 대출은 될 줄 알았죠. 그런데 한도는 너무 작고 거절당한 적도 있어요.”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33) 씨는 최근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상담받다가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신용점수가 충분할 줄 알았지만, 상담원은 “요즘 같은 때 이런 점수로는 대출 한도가 기대만큼 안 나올 수 있다”고 했다. A 씨는 “중상위권일 줄 알았는데 은행에서는 그냥 평범한 수준으로 본다고 하더라”면서 “2금융권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은행에서 A 씨와 같은 사례가 다반사가 됐다. 고신용자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신용점수만으로 대출 가능성을 따지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점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여전히 유리하지만 과거보다 판단 기준의 중요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4월 말 기준 일반 신용대출 신규 고객 평균 신용점수는 934점으로 나타났다. 2022년 12월(899.4점)과 비교하면 30점 넘게 뛴 수준이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평균은 937.8점, 전세자금대출도 929.2점으로 신규 대출 고객 대부분이 930점 이상 고신용자로 채워지고 있는 셈이다.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진 배경에는 총량 규제가 있다. 자금 여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금융사는 가장 위험이 낮은 초고신용자에게만 대출을 집중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950점 이상은 초고신용자, 900점 이상은 고신용자로 분류된다. 전체 신용점수는 1000점 만점이며 신용카드·대출 이력, 연체 여부, 금융거래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산정된다. 일부 은행에선 940점 이상이 아니면 신용대출 심사조차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수요자나 중신용자는 갈수록 자금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구조다.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KCB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950점 이상 초고신용자는 약 1399만 명으로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900점 이상 고신용자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44.2%로 절반에 육박한다. 신용점수가 일제히 높아지면서 정작 변별력은 더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도 기름을 부었다. 금융당국은 2021~2024년 코로나19 기간 중 2000만 원 이하 소액 연체를 전액 상환한 경우 신용 사면을 적용했다. 이 제도로만 약 20만 명의 개인사업자가 평균 101점씩 점수를 올렸다. 회복지원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 신용점수 체계를 부풀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융권은 신용점수 체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자 기존 모델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최근 일부 은행은 머신러닝 기반의 정교한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 중이다. 단순 점수 외에도 소득 수준, 소비·지출 패턴, 직장 안정성, 금융자산 등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실제 신용위험을 더욱 입체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자동심사 시스템이 빠르게 도입되며 겉으로 드러난 점수보다는 실제 상환능력 중심의 심사 체계가 확산되는 추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제는 930점대 신용점수도 대출 심사에서 불리할 수 있다”며 “고신용자에게만 자금이 몰리는 구조가 계속되면 중신용자나 사회초년생의 금융 접근성은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신용점수 하나로 모든 걸 판단하기보다는 다양한 지표를 반영한 입체적 평가 모델이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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