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영화' 없는 극장가⋯영화시장 침체 뚜렷
대형 뮤지컬·인기 가수 콘서트 매출액 견인해
하반기 '어쩌면 해피엔딩' 10주년 공연 예정돼

올해 상반기 공연시장 매출액이 7000억 원을 넘겼다. 반면 영화시장 매출액은 약 3900억 원으로 두 시장의 매출액 격차가 3000억 원 이상으로 크게 벌어졌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두 시장의 매출액 격차인 185억 원의 16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23일 본지가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 수치를 비교한 결과 올해 상반기 공연시장 매출액은 약 7100억 원, 영화시장 매출액은 약 39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상반기 일정이 일주일가량 남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두 시장의 매출 격차는 3000억 원 안팎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지난해 상반기 공연시장 매출액은 6288억 원으로, 영화시장 매출액(6103억 원)보다 185억 원 높았다. 반면 올해에는 이 같은 격차가 16배 수준인 3000억 원 이상으로 벌어져 코로나19 이후 두 시장의 매출액 규모가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연시장 매출액은 2023년에 처음으로 영화시장 매출액을 앞질렀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종식된 후 뮤지컬, 콘서트, 연극 등 대면 문화생활에 갈증을 느낀 소비자들이 대거 공연장으로 몰려와 1조269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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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023년 영화시장 매출액은 1조2614억 원으로 공연시장보다 뒤처졌다. 팬데믹 기간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각종 OTT 산업이 급성장하며 극장의 대체재로 자리 잡은 영향이 컸다.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지난해 공연시장 매출액은 1조4421억 원을 기록, 2019년 공연법 개정 후 KOPIS 동향분석보고서가 발간된 이래 역대 최고 수치를 달성했다. 영화시장 매출액은 1조1945억 원으로 두 시장의 매출액 격차가 2500억 원 수준을 보였다. 첫 매출액 역전 현상이 있었던 2023년(82억 원)보다 더 벌어진 것이다.
통상 공연시장은 겨울에, 영화시장은 여름에 성수기라는 점을 참작하면 올해 두 시장의 전체 매출액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토니상 6관왕을 달성하며 한국 창작 뮤지컬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어쩌면 해피엔딩'의 1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 10월 30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진행돼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화시장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00억 원 이상 축소한 이유로는 '천만 영화'의 부재가 거론된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파묘'와 '범죄도시 4'가 각각 1151억 원, 1100억 원을 기록하며 전체 영화 매출의 37%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야당',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미키 17' 등 흥행 상위권을 기록한 영화들의 매출액이 300억 원 수준에 머무르는 데 그쳤다. 특히 상반기 최대 화제작이었던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 기대 이하의 흥행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영화시장 전체 매출액은 코로나19로 극장 산업이 위축했던 2020년과 마찬가지로 매출액 1조 원을 넘기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공연시장의 경우 '알라딘', '지킬 앤 하이드', '웃는 남자', '명성황후', '베르테르', '사라노' 등의 뮤지컬들이 전 세대의 고른 지지를 받으며 상위 공연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도 지드래곤(G-DRAGON), 임영웅, 나훈아, 태연(TAEYEON),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에스파(aespa) 등 인기 가수들의 콘서트가 매출액 상승을 견인했다.
올해 상반기 연극 장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공연건수, 공연회차, 티켓예매수, 티켓판매액이 모두 증가했다. '헤다 가블러'의 이영애를 비롯해 박하선, 손호준, 유승호, 임주환 등 스타 배우들이 연극 무대로 향하며 올해 상반기 약 3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공연시장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지만 뮤지컬과 콘서트가 전체 시장을 독점적으로 양분하고 있다"라며 "소극장 위주로 진행되는 연극을 비롯해 국악, 무용 등에도 대중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