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연준 긴축에 스태그플레이션 위험도
“유가 130달러·미국 인플레 6% 위험”

미국이 중동 전쟁에 개입하면서 세계 경제와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극대화했다. 국제유가가 요동치면서 ‘제2의 오일쇼크’가 오는 게 아니냐는 공포도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후 지난 일주일 사이 11% 급등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상승세가 더 급격해질 전망이다.
중동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유조선 사용 가격도 치솟고 있다. 이달 초 하루 2만4000달러(약 3300만 원) 수준에 머물던 유조선 용선료는 전날 6만4300달러까지 불어났다.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동이 화약고가 되면서 유가와 유조선 운임 등과 관련해 변동성이 앞으로 일주일간 더 심해질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특히 투자자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극단적 조치를 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사이 중요한 해상 교통 요충지로, 전 세계 원유 약 5분의 1이 이곳을 지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의 주요 석유 수출국들도 이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이란은 자국 최대 규모 가스전이 공격을 받았던 14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한 차례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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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실제로 일어난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아 연말 미국 물가상승률이 6%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서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이 벌어질 위험도 있다.
MST마키의 사울 카보닉 애널리스트 역시 “이란이 앞으로 며칠 안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지만, 과거처럼 대응한다면 유가는 최소 배럴당 100달러로 나아갈 수 있다”며 “이란이 걸프 지역 석유 인프라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역내 이익에 악영향을 미쳐 갈등을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국제유가가 조만간 안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해리스파이낸셜의 제이미 콕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무력 시위와 이에 따른 핵 능력의 완전한 소멸로 인해 그들은 모든 레버리지를 잃었다”며 “이란이 평화 협정이라는 탈출 버튼을 누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 달러화와 국채는 안전자산 수요로 인해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다. 다만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면 국채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생긴다. IBKR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투자전략가는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은 국채 금리 하락과 달러 강세 신호일 수 있다”면서도 “이란의 반응과 유가 급등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증시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겠지만, 이는 일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웨드부시증권에 따르면 2003년 이라크 전쟁과 2019년 사우디 석유시설에 대한 이란의 공격 등 중동 긴장이 고조됐던 시기에 뉴욕증시 S&P500지수는 3주간 평균 0.3% 하락했지만, 2개월 후에는 2.3% 상승으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