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일본 참의원 선거도 영향
미국, 亞동맹국 대상 지출 확대 압박

그간 미국은 일본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비중을 3%로 올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차관이 최근 몇 주 동안 그 비중을 3.5%로 해야 된다고 요구하자 일본 측이 분노해 회담을 취소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을 아직 매듭짓지 못한 일본으로서는 방위비 증액 요구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회담을 취소한 배경에는 자국 내 정치적 요인도 담겨있다. 한 일본 정부 고위 관리는 “회담 취소 결정은 집권당인 자민당이 의석을 잃을 것으로 점쳐지는 내달 20일 참의원(상원) 선거와도 관련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시바 시게루 내각 지지율이 연초 20%대로 추락한 데 이어 지난달엔 자민당 지지율도 18%까지 하락하면서 총리와 집권당 모두 위기다. 특히 지난달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선 정권 교체에 긍정적인 응답률이 절반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대로만 움직였다간 국민의 신뢰를 더 잃을 수 있다.
크리스토퍼 존스톤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동아시아 국장은 “일본은 2+2 회담을 미·일 동맹의 견고함을 보여줄 정치적 기회로 간주하고 매우 높은 우선순위로 여겨왔다”며 “회담을 선거 이후로 연기하는 것은 미·일 관계 상황과 전망에 대해 일본이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은 선거 전에 회담을 여는 것에 따른 정치적 위험이 잠재적 이익보다 크다고 결론 내린 것 같다”며 “사실이라면 꽤 의외의 평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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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 방위비 인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아시아 안보대화)에서 “아시아 동맹국들은 유럽 국가들에서 새로운 모범을 찾아야 한다”며 “억제력은 싸지 않다”고 말했다. 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GDP 대비 5% 방위비 지출을 약속한 것을 아시아도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주에는 션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이 “5% 요구에 한국도 포함된다”고 확인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잭 쿠퍼 선임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아시아 동맹국의 방위비 지출 수준을 일관성 없고 비현실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해외 주요국 중 미국을 가장 지지하고 있는 이들을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