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비트맥스·위메이드 등 매집
ETF 발행 땐 국내 기관 투자 늘 듯

전 세계 기관이 비트코인 확보에 나선 가운데, 상장사와 상장지수펀드(ETF) 및 기타 펀드가 주도적으로 비트코인을 매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가상자산 시장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내에서도 상장사들이 비트코인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정부 공약인 비트코인 현물 ETF가 연내 도입된다면 국내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도 기관 투자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22일 비트코인 트레저리(비트코인 보유 기업 정보 플랫폼)에 따르면 20일 기준 비트코인을 보유한 전 세계 기관은 239개로 집계됐다. 이 중 131곳이 상장사로, 이들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총 83만2704개(원화 기준 121조 원)에 달한다.
비트코인 보유를 경영 전략으로 삼은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보유량이 59만2100개(원화 기준 86조 원)로 압도적인 1위다. 나스닥 상장사인 스트래티지는 2021년부터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비트코인을 꾸준히 매수해왔다. 본업을 비트코인 전략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내부 자금이 아닌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비트코인을 사들였다.
국내에서는 스트래티지의 전략을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진 코스닥 상장사 비트맥스가 251개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비트맥스는 기존 사명인 맥스트에서 비트맥스로 변경하며,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투자에 나섰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트맥스는 총 1000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하고, 이 중 900억 원을 비트코인 매수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전에도 CB를 수차례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뒤 비트코인을 매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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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위메이드(223개), 네오위즈(123개), 카카오(39개), 셀트리온(18.05개), 다날(17개) 등도 비트코인을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로 게임사들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 대기업도 소규모로 투자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대규모로 유입된 기관 자금이 변화를 주도했다. ETF 승인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규제의 명확성과 투자 편의성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親) 디지털 자산 정책도 기관의 비트코인 투자에 불을 지폈다.
한편, 20일 기준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주체는 ETF와 기타 펀드였다. 총 42곳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어 상장사보다 수는 적지만, 이들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139만1087개(원화 기준 202조 원)로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블랙록의 비트코인 ETF인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는 단일 ETF로는 최대 규모인 68만3018개(원화 가격 기준 99조 원) 이상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피델리티 와이즈 오리진 비트코인 펀드(FBTC),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가 뒤를 이으며 다양한 자산운용사가 시장에 참여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가 발행된다면 기관 자금 유입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은 이재명 정부의 공약으로, 발의 예정이거나 이미 발의된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이 제도화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19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방안을 포함했다고 알려지면서 연내 제도 정착이 가시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