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국 각지에서 공문서를 위조하거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사칭한 사기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2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구시에서 대구시청 직원을 사칭한 성명불상자가 위조한 공문서 등을 이용해 지역 업체의 물품 거래를 유도하는 사건이 17일 발생했다.
경남 양산에서도 양산시청 공무원으로 속여 말한 인물이 물품 소매업자에게 전화해 결제 대금을 받아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통영에서도 한 인테리어 업체가 통영시 공무원을 사칭한 사기에 속아 수천만 원의 피해를 보았다.
공무원(경찰, 군인, 소방관, 검찰)으로 속이고 그 권한을 불법적으로 행사한 경우에는 공무원자격사칭죄로 처벌된다. 사칭이 단순 거짓말을 넘어 상대방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재산상 손해로 이어지는 경우 그에 해당하는 범죄로 처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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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공무원뿐 아니라 연예인 기획사 등을 사칭해 식당에 예약을 빌미로 고가의 술이나 음식 주문을 강요한 후, 나타나지 않는 방식으로 업주에게 금전적 피해를 주는 ‘노쇼 사칭 사기’도 늘고 있다.
연예인, 군부대, 지자체, 정당 등 사칭 양상이 다양한데, 외국에서 온라인·비대면 수법을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범인을 붙잡기 어렵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노쇼 사칭 관련 피해 구제 신고가 총 537건 접수되는 등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구치소 내에서도 사칭은 끊이지 않는다. 한 수감자는 자신이 대단한 학력과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밖에 나가면 부와 명예를 약속하겠다며 당장 거액을 송금하라거나 명의를 빌려달라고 했는데, 뜻밖에 이러한 사칭이 먹혀들었다고 한다.
이 같은 수법은 고전적이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칭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AI 음성 합성이나 문자 메시지 위조, SNS 계정 도용은 이미 빈번하다. 전문가를 사칭한 허위 투자 권유 등이 늘면서 피해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이를 처벌할 규정은 마땅치 않다. 처벌은 대부분 사칭을 통한 2차 행위(사기, 공갈, 업무방해 등)에 한정된다. 이는 범죄의 예방보다는 결과에 의존한 처벌로, 피해가 발생해야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다. 그마저도 피해신고를 꺼리거나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
이보라 변호사는 “사칭은 거짓말이지만, 단순한 농담이나 과장이 아닌 신뢰를 무너뜨리는 의도된 기만”이라며 “신뢰가 기반인 사회에서 사칭은 관계와 질서를 파괴하는 도구가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