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군사 개입 초읽기…환율·유가 급등 금융시장 '긴장'

▲18일 서울의 한 주식 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주가 변동이 표시된 대형 화면 앞에서 분주하게 거래를 하고 있다.

미국이 엿새 간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이란 간 무력 충돌에 군사 개입을 시사하면서, 중동 전쟁 확산 우려가 금융시장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미군의 이란 핵시설 타격 가능성이 거론되자 환율과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코스피 등 국내 증시는 장중 출렁였고,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도 약세를 보이며 금융시장 전반이 불안에 휩싸였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7원 오른 1369.4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2원 오른 1379.9원에 출발해 장중 138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이날 상승 폭은 지난 4월 7일 미·중 관세전쟁 우려가 불거졌을 당시(27.9원 상승) 이후 가장 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최고 지도자의 위치를 알고 있다"며 "무조건 항복하라!(UNCONDITIONAL SURRENDER!)"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이란 핵시설을 직접 타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외신을 통해 나오기도 했다.

중동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와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고점에서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나오고 달러 가치가 하락하자 상승 폭을 반납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개장 시점에 98.780에서 오후 3시 30분 98.564까지 밀렸다.

국제유가도 급등했다. 17일(현지시간) 브렌트유가 4.4%,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4.28% 급등하는 등 국제유가도 크게 올랐다. 미국의 군사 개입이 현실화할 경우 이란의 원유 수출 차질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주목 받으며 유가에 즉각 반영됐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강대 강 대치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 우려마저 나온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운송비 등 부담이 늘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시장도 흔들렸다. 트럼프가 글을 올린 직후 비트코인은 10만4310달러에서 10만3553달러로 하락했다. 이후 10만5450달러까지 회복했다가 오후 4시경 10만4791달러까지 다시 내렸다.

중동 전쟁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는 사흘째 상승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1.89포인트(0.74%) 오른 2972.19로 마감했다. 다만 장중 변동성은 컸다. 코스피는 장 초반 1% 넘게 하락했다가 정부의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기대감에 장중 상승 전환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에너지 관련주가 급등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전 거래일보다 10.98% 오른 10만11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S-Oil(1.80%), SK가스(1.37%)를 비롯해 흥구석유(4.24%), 중앙에너비스(4.42%) 등 정유·LPG·석유 유통 관련 종목도 동반 상승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4.08포인트(0.53%) 오른 779.73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