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장벽도 불균형적 영향…시장 변동성 속 매수 기회 포착도

친기업 감세와 관세 장벽을 핵심으로 한 미국의 ‘트럼프노믹스 2.0’이 미국의 구조적 자산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이 고소득층에게 유리한 데다가 관세 정책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상위 자산 계층에 ‘위기의 얼굴을 한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투자 정보 매체 인베스트먼트뉴스에 따르면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트럼프 대통령의 역점 입법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부자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반면 최저소득층에게는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법안이 발효되면 상위 10%의 가구는 감세 효과를 봐 연평균 1만2000달러(약 1634만 원)의 소득 증가를 경험하고 결과적으로 소득이 2.3%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하위 10%의 가구는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등 혜택이 줄어들면서 연평균 약 1600달러의 소득 손실을 기록, 가구 소득이 3.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고소득층의 세금이 절감되면 실질 소득과 자산 축적이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 싱크탱크인 그라운드워크 콜라보러티브의 에밀리 디비토 경제 정책 수석 고문은 “고소득 가구는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재량 소득이 더 많은 경우가 많다”며 “여기에 절세 효과까지 추가되면 부유층 가구가 시간에 지남에 따라 자산 증식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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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의 경우 기본 재화와 서비스에 소득의 더 많은 부분을 지출하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조쉬 비븐스와 아담 허쉬 수석 경제학자는 “관세는 회귀적 세금으로, 저소득층이 고소득층 대비 소득의 더 많은 부분을 세금으로 납부하게 된다”며 “관세는 본질적으로 소비세의 성격을 띠는데, 소득 대비 소비는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으로 인한 시장 변동성 역시 고소득층에 또 다른 자산 증식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고자산 투자자들일수록 시장 변동성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자본과 정보력, 투자전략을 갖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러운 ‘관세 유예’를 발표한 4월 9일 세계 500대 부호들의 순 자산은 하루 만에 총 3040억 달러 급증했는데, 이는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 역사상 가장 큰 하루 증가 폭이었다. 특히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유예 발표 3시간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지금은 매수하기에 아주 좋은 때”라며 힌트를 준 탓에 일각에서는 시장 조작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전후로 미국 의원들의 주식시장 거래가 급증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상대국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4월 2일부터 관세 부과를 중단하기 전날인 4월 8일까지 12명이 넘는 하원의원들과 그의 가족들이 700건이 넘는 주식 거래를 진행했다. CNN방송도 관세 유예 조치에 앞서 주식을 매수한 일부 의원들이 시장 반등 이후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인디애나 대학교 블루밍턴 마우러 로스쿨의 도나 내기 교수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워싱턴에서 중요하거나 의미 있는 비공개 정보가 떠돌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은 국회의원들이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을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할 가능성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며 “그리고 이러한 인식이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매우 파괴적이다. 이는 의원들이 공익이 아닌 사익을 위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고 있다는 부패한 믿음을 부추긴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