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상생금융 압박만 말고 규제도 풀어야

입력 2025-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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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진 금융부장
▲장효진 금융부장
요새 은행권 종사자들을 만나면 꼭 한번은 언급되는 공통된 주제가 있다. 바로 ‘상생금융 청구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소상공인과 금융취약계층 지원을 외쳐온 만큼 이번에는 얼마나 더 부담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고 한다.

이미 은행권은 2023~2024년 상생금융 시즌1‧2를 통해 4조 원 규모가 넘는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 방안을 시행 중이다. 이전 정권과 다른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욕이 넘치는 이재명 정부 초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즌1‧2는 예고편에 불과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어난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를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은 은행의 이자장사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래저래 이전과 다른 ‘매머드급 청구서’가 예상된다.

사실 명확한 숫자만 찍히지 않았을 뿐 상생금융의 시동은 켜졌다.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채무 탕감‧조정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 추진이 대표적이다.

금융위원회는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채무자 보호에 관한 감독규정을 변경해 비영리법인도 개인 부실채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채권 매입기관을 금융회사, 자산관리회사 등으로 한정한다. 과도한 채권추심·불법적 회수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금융위가 이런 규정을 변경해 비영리법인도 채권 매입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되면 배드뱅크는 과거 ‘주빌리은행’과 유사한 형태가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주도한 비영리법인 주빌리은행은 금융사의 장기 연체 채권을 원금의 3~5% 가격에 사들인 후 채무자가 원금의 7%만 갚으면 빚을 탕감해 줬다. 재원은 금융사에서 부실채권을 기부 받거나 기업 후원금 등으로 충당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주빌리은행의 공동은행장을 맡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설계를 위해 16일 출범한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배드뱅크가 심도있게 다뤄지고 있는 만큼 조만간 얼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출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나 ‘어차피 정부가 갚아주겠지’라는 도덕적 해이 논란은 접어두고서라도, 성남시장 시절과 다른 전국 단위의 거대한 부실채권 규모를 어떻게 감당할지 알 길이 없다.

결국 배드뱅크를 포함한 ‘상생금융 시즌3’의 재원은 대부분 정부 출연금이나 금융권 공동 분담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국민 세금을 쓰는 것보다 저항이 약한 은행권의 협력을 요구할 것이 자명하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부가 취해야 할 접근법은 명확하다. 은행권에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만큼 성장 동력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

현재 국내 은행들은 과도한 규제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출시와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디지털금융 분야에서의 규제 완화,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한 업무 영역 확대, 자본 효율성 제고를 위한 규제 개선 등이 시급하다.

때마침 은행연합회에서 은행권의 여론을 모아 새 정부에 건의한다고 한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비금융업 전면 허용을 비롯해 가상자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달라는 내용이다. 미국·캐나다처럼 은행 투자일임업을 허용해달라고도 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일방적인 요구로는 상생금융이 성공할 수 없다.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상생의 취지대로 은행권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모든 경제 주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전한 금융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필수적인 과제다. 귀를 열고 은행권의 의견을 경청하는 게 좋은 시작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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