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청‧중수청‧공수처 공존 전망⋯“뒤엉킨 절차 통일적으로 규제해야”
안착하려면 상당한 진통 예상⋯“국민에게 모든 비용 전가된다” 지적도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일로 평가받는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재편될 수사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 장치, 명확한 수사 절차 마련 등 세밀한 설계안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추진할 형사사법체계 개혁안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수사기관 간 상호 견제를 통해 균형을 맞추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확실한 구상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어느 정도 윤곽은 잡혀 있다. 기존 검찰청은 사실상 해체되고 기소나 영장청구만 전담하는 ‘공소청(기소청)’으로 바뀐다.
검찰이 담당해 온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는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맡는다. 중수청으로 합류할 검사는 ‘수사관’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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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수사기관끼리도 서로 견제해야 하고, 독점하면 안 된다. 공수처를 대폭 강화할 생각”이라며 “지금 공수처 안에 검사가 너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큰 틀에서는 공소청, 중수청, 공수처 3곳의 수사기관이 공존하는 식이다. 국무총리 직속으로 신설된 국사수사위원회가 이들 수사기관의 관리‧감독 및 업무 조정 역할을 맡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의 권력 분산과 견제 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최종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검찰뿐 아니라 어떤 수사기관에서는 수사‧기소권의 남용이 일어날 수 있다”며 “국민이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설치를 통해 수사-기소를 완전하게 분리하는 방안은 바람직하다”며 “중수청은 행안부, 공소청은 법무부, 국가수사위의 견제 등 서로 다른 부처 간 권력기관을 나누기 때문에 특정 권력에 따라 움직인다는 우려는 조금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미래위원회·경찰개혁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던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검찰이 했던 수사기능을 다른 조직에서 대신한다면, 그 기관에서도 부적정한 권한 행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지금은 부분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할 장치가 부족해 보인다”고 짚었다.

수사 절차나 기관별 권한에 대해선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교수는 “수사 권한의 충돌이 있을 때 조정하고 협의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명확한 수사 절차가 바람에 지금 이 사달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사 개시, 진행, 보완이나 송치, 불송치, 피의자와 피해자 권리 보장 등 형사소송법에 뒤엉켜있는 수사 절차를 떼어 내서 하나의 법으로 만들어 통일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며 “종국적으로는 수사절차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 경찰, 공수처, 군검찰 등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수사권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이후 법원은 공수처 수사권을 문제 삼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가수사본부와 중수청 등 역할 배분이 명료할지에 대한 걱정이 있다”며 “차라리 지방경찰청 중심으로 수사 기구를 재편하고, 국수본이 관할하고 조정·기획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검찰개혁 자체만을 목적으로 밑어붙여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교수는 “검찰개혁이라는 건 최종 목적이 아니다”라며 “검찰개혁은 수단에 불과하고, 그 수단을 통해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를 보다 합법적이고 효율적으로 정비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과거 시행 과정에서의 오류를 극복하고 좀 더 종합적이고 세밀한 개혁을 추진했으면 한다”며 “어설프게 타협하며 체계가 망가지고 허술해지는 부분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돈과 시간, 노력이 들어갈 뿐 아니라 절차적 복잡성으로 피해는 국민에게 연결될 수 있다는 취지다.
양 변호사는 “지금 추진하는 검찰 개혁 방식은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인데,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생경함이 있다”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안착되려면 상당한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고 시간과 돈과 노력이 든다”고 했다.
또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검찰이 편향되고 불공정한 수사를 한다거나 아예 안 한하는 등 권한이 부적정하게 이뤄졌다는 것인데, 그런 건 전체 사건이 100이라면 5정도에 불과해 보인다”며 “작은 부분을 먼저 고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치 남의 판돈을 가지고 도박하는 것과 비슷하다. 국민들의 돈을 가지고 검찰 개혁이라는 도박을 하는 셈”이라며 “전반적으로 국민의 비용이 증가된다는 문제의식도 가져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론 비용이 좀 들더라도 이와 같은 수사 체계 변화가 더 바람직하다는 국민적 합의나 수용이 있다면 괜찮은데, 지금은 그런 상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서초동 한 변호사는 “속도에만 치중해서 개혁을 추진한다면 물론 문제겠지만, 드러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조건 천천히 하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검찰의 권한이 과도했고 매 정부마다 정치적 수사를 해오면서 논란이 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능적, 조직적 분산이 되는 방향으로 하되 사법개혁추진위원회 등 대통령, 국무총리 산하에 개혁 과정을 꾸준히 관리‧보완할 기구가 있어야 한다”며 “정권 초기에 공약을 실현하지 않으면 결국 힘이 빠진 채 흐지부지되고 만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