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불안이 자금시장 전이될 가능성 배제 못해”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사는 중동 지역 정세 악화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문은 환율이다. 전문가들은 한때 정면 충돌 우려가 일시 완화되며 원‧달러 환율이 소폭 하락하는 등 단기적 안정 흐름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는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으며 환율 변동성은 장기화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중동 리스크 고조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우려까지 겹치며 일시적으로 1390원을 넘보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외화자산의 위험가중치가 증가해 금융사의 CET1이 하락하게 된다. 이는 자본건전성 지표 악화로 직결되며 배당 여력과 외환건전성 규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변수다. 금융권에선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CET1이 0.01~0.03%포인트(p)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상승에 따른 트레이딩 손실 우려도 크다. 국내외 정치적 리스크와 미중 간 관세전쟁으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던 지난해 4분기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총 7299억 원의 외환거래 손실을 내기도 했다.
금융지주사들은 유사 시에 대비한 대응 전략을 강화하고 위험 요인에 대한 통합 모니터링 체계와 내부 보고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KB금융은 상시 비상대응체계를 유지 중이다. 유가·환율 등 글로벌 변수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유관 부서 중심으로 확전 시나리오에 따른 증시·채권·환율 영향 분석을 병행 중이다.
신한금융도 유동성 리스크를 포함한 전사적 리스크 지표 전반을 점검 중이다. 신한은행은 국내외 정책 변수 및 환율 영향 분석에 집중하며 외화 유동성과 시장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이상 징후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상시 대응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자산 건전성과 외화 포지션 관리 중심의 선제적 대응 전략을 강조했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도 급격한 환율 변동과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선제 대응 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시장 충격 시뮬레이션과 유동성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의 경우 재무, 자산, 리스크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지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매주 회장 주재로 열리는 주간회의에서도 중동 리스크와 환율 변동성 대응을 핵심 의제로 다루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심리 불안이 자금시장에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환율·유가 등 연계된 변수들의 교차점에 있는 만큼 긴밀한 내부 보고 체계와 컨틴전시 플랜이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