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거짓말, 기후정책 흔들어…언론이 제자리 찾아야” [미리보는 CESS2025]

입력 2025-06-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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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인터뷰]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이 9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이 9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기후위기는 전 인류가 함께 맞닥뜨린 문제다. 국내는 아직 환경 이슈로만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치·경제·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제는 인공지능(AI)이란 강력한 도구가 확산하면서 AI가 생산하는 허위정보의 위험성까지 결합했다.

최근 본지와 만난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박사)는 기후위기와 관련한 AI 기반 허위정보의 위협과 국내 인식의 미비를 지적하고, 언론이 나아가야 할 기후 저널리즘의 방향과 역할을 제시했다.

AI 허위정보 확산세…해외는 검증 노력

AI가 생산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퍼뜨리는 허위정보는 기후과학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며, 시민의 실천 의지를 마비시킨다. 지난해 허리케인 ‘헬렌’이 미국 동남부를 강타했을 때 AI로 조작된 이미지가 “허리케인 구호 기금이 불법 이민자들에게 쓰인다”, “정부가 날씨를 조작하고 있다”, “기후변화 위기는 사기” 등의 음모론과 함께 유포됐다. 이런 허위정보는 정치적으로 이용되면서 분열과 불신, 갈등을 키웠다.

누구나 허위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다. 가령 특정 지역의 풍력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세력이 생성형 AI로 풍력 발전으로 인한 조류 피해를 과장하는 가짜 동영상을 만들어 온라인을 통해 유포하면,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대한 지지를 손쉽게 약화시킬 수 있다.

진 박사는 “허위정보로 인한 오해와 불신이 누적되면 시민들의 참여와 동의가 줄어들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사회적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단순한 정보 왜곡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 체계 전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리스크”라고 분석했다.

해외 주요국들은 이런 위험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논의와 대응에 적극적이다. 일례로 유럽 전역에 걸쳐 구성된 다층적 협업 네트워크인 디지털미디어관측소(EDMO)는 팩트체커, 언론인, 학계, 교육단체, 시민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허위정보에 대응한다. 모니터링과 정정기사뿐만 아니라 시민을 위한 데이터 공유와 교육까지 하고 있다.

진 박사는 “단순히 팩터체커들 사이의 협업이 아니라 학자와 교육자, 언론인 등이 함께한단 점이 주목할 대목”이라며 “전쟁, 이민자, LGBT 등 주요 사회적 쟁점에 대한 허위정보 가운데 기후 허위정보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직 갈 길 먼 국내 기후 저널리즘

그러나 한국은 기후 허위정보 대응 이전에 기후위기 보도 측면부터 미흡하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경제·사회적 책임을 묻는 탐사보도나 기업의 기후 리스크를 진단하는 구조적 보도가 극히 드물고, 환경 섹션에서만 다뤄진다.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이 9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이 9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진 박사는 국내 언론의 ‘기후 침묵’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유엔기후변화총회(COP28)에 국내 언론사 단 두 곳만 취재 인력을 보낸 점도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고 봤다.

그는 “한국 언론의 기후위기 보도는 양과 질 차원에서 미흡한 상태”라며 “기후위기를 저널리즘의 주요 뉴스 의제로 보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가 내 삶과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여전히 ‘북극곰의 눈물’과 같은 동떨어진 이야기에 머물러 있다”라면서 “표피적인 보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뉴스룸을 이끄는 사람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AI, 이용당하지 말고 활용해야

진 박사는 기후 저널리즘을 통해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려면 단순한 경고와 데이터 나열을 넘어선 ‘변화 중심 스토리텔링’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AI도 정보의 접근성과 해석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핵심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복잡한 기후 데이터를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그는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시민의 기후 리터러시(literacy)를 높이는 것”이라며 “AI는 대중이 기후위기를 구체적인 이미지로 상상하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시각적으로 인식하도록 돕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이 9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이 9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AI 시대에 언론은 허위정보에 대한 빠른 감지와 검증, 정부와 기업의 정책 이행을 꾸준히 감시하는 기능, 그리고 시민이 기후 문제를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해설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진 박사의 설명이다. 정책적 감시자이자 공적 정보 유통자, 시민의 기후 행동 촉진자로서 생태계의 핵심축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 박사는 “기술은 수단일 뿐이며, 기후위기란 복합적 문제를 해석하고 연결하는 역할은 여전히 언론의 몫이다. AI 시대의 저널리즘은 기술을 감시하고, 기술을 활용하고, 기술로부터 독자를 보호하는 삼중의 사명을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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