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멈추자, 도시도 멈췄다⋯산업붕괴가 부른 지역 이중 위기 [무너진 산단, 위기의 도시 上]

입력 2025-06-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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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6-10 17:1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한국 제조업의 뿌리인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이 휘청이고 있다. 산업의 붕괴는 생산라인의 정지에서 끝나지 않았다. 일감은 사라지고, 협력사는 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근로자는 도시를 떠나고 있다. 한국 산업화를 이끌었던 핵심 산업단지 도시들이 공동화(空洞化)되고 있는 것이다. 전남 여수, 경북 포항, 전남 광양 등 전국 제조업 수출의 20% 이상을 책임져온 이들 산업도시는 폐업과 이탈, 공실과 세수 절벽이라는 ‘4중고’에 시달리며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10일 한국 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철근 수요는 2021년 1132만 t(톤)에서 지난해 798만 t으로 30% 급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은 외국산 철강과 알류미늄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했다. 관세 부과로 수출 봉쇄가 현실화되면 국내 철강 산업은 글로벌 가격 경쟁에서 완전히 밀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2021년부터 침체가 시작된 석유화학 업종도 장기 침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여수국가산단 내 주요 나프타분해설비(NCC) 공장은 잇단 감산과 셧다운(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지난해 여수 NCC 공장 가동률은 80%를 밑돌았고, 올해 1분기에는 주요 석화사 대부분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 전쟁에 2분기 전망도 어둡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산업의 충격은 도시의 구조를 바꿔놓고 있다. 전남 여수와 광양, 경북 포항이 대표적이다. 여수 국가산단의 플랜트 건설 인력은 지난해 9월 8753명에서 지난 1월 178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지자체 곳간도 비어간다. 지난해 여수시 법인지방소득세는 5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67%(1654억 원)이나 급감, 지역 재정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올해 조강 생산 목표를 3670만 t에서 3410만 t로 낮췄다. 이에 따라 광양 지역 일감은 연쇄 축소 중이다. 포항 역시 공장 가동률 축소와 함께 협력업체 구조조정, 폐업, 근로자 유출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경북·전남 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각각 23%, 20.9%로 전국 평균(8.9%)의 두세 배 수준이다. 지역 경기의 뇌관이 산업에서 부동산으로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중소기업 경기지수(SBHI)도 경고등이 켜졌다. 5월 광주·전남 지역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는 76.2로 기준선(100)을 한참 밑돌며 ‘경기 위축’ 상태를 나타냈다. 식당, 원자재 공급업체, 항만 노동자, 물류 기사까지 ‘산단 경제권’ 전체가 멈춘 셈이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을)은 “산단 일감이 줄어들면 산단, 협력사 종사자 1만여 명 이상이 타격을 입는다”면서 “물품, 원료 등 물동량이 줄면 항만 근로자들에게도 영향을 주는 등 지역 경제 자체가 연쇄적으로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산업을 살려야 도시도 산다는 절박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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