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부족 지적에⋯은행권 “책임·제재 기준 없어 답답” [구멍 뚫린 책무구조도]

입력 2025-06-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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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6-08 18:31)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금융감독당국이 책무구조도 안착을 위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모범사례를 제시했지만 현장에서는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와 은행이 책무구조도를 정식 도입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책무 배분 단계부터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은행 구조상 금융사고 발생 시 어느 한 임원에게만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ㆍ기관 등 고객별 담당 임원, 해당 상품 출시에 개입한 임원, 상품을 판매한 영업점을 총괄하는 임원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책무구조도는 불완전판매 등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얼마만큼 물을지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 핵심인데, 실무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게 은행권 입장이다. 예컨대 부당대출의 경우 책임 소재가 영업점 총괄 임원에게 있는지, 대출 상품 프로모션을 담당하는 여신 부문 임원이나 금융소비자보호 부문 임원에게 있는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은행권은 책무구조도의 관리의무를 어디까지 이행해야 법적 제재를 감면받을 수 있는지에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요구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례를 중심으로 한 더욱 구체적인 점검기준 제시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전산시스템 내 항목을 제시해준 것은 도움이 됐다”면서도 “관리의무 외에 어느 임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등 여전히 모호한 면이 있어 감독당국의 입장을 추가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은행권 외부의 시각도 비슷하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은행 임원 간 업무 구분이 무 자르듯 나뉘지 않고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책무는 중복되면 안 되기 때문에 누군가 떠안아야 한다"며 "임원들 사이에서 ‘이건 내 책무가 아니다’라며 서로 미루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례 중심으로 구체적인 기준이 정리되면 제재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책무구조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에 책무구조도 컨설팅을 제공하는 기업 관계자는 “효과성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어떻게 제재할 것인가’지만 이 부분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횡령, 개인정보 유출 등 위반사항이 발생했을 때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을 물을 것인지,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면 제재가 몇 퍼센트 면책되는 것인지 등 구체적인 가이드가 없다”고 했다. 이어 “계속 현장 점검 컨설팅, 설명회 등을 통해서 이 지점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은 감독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사례 중심의 컨설팅, 설명회를 수시로 개최해 실질적인 지도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은 ‘바람직한 임원의 내부통제 등 관리의무’를 주제로 한 은행권 책무구조도 설명회를 열었다. 지난해 시범운영 기간 임원별 책무 배분의 적정성을 점검한 데 이어 배분된 책무에 따라 각 임원이 얼마나 충실히 내부통제를 이행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개선안과 모범사례를 제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해당 설명회 직후 은행권에서는 여전히 제도 이행 방향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책임부터 엄격히 물으면 금융사 부담만 커지고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할 것”이라며 “향후 1~2년간은 제재보다 컨설팅 위주의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은행권도 제도 안착을 위한 자체 노력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은 설명회 자료에 기재된 사항을 바탕으로 금감원이 제시한 방향에 맞춰 하반기 임원의 관리의무 이행이 가능하도록 전산 및 내규, 업무절차 반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앞서 1월 책무구조도 정식 시행 이후 임원별 관리조치활동의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달 금감원 설명회 이후 확인된 개선 필요사항 및 모범사례를 기준으로 이행체계를 지속해서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 역시 "금감원 자료를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적극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20개 은행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은행연합회도 제도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올해 4분기 중으로 은행별 내부통제 모범사례를 공모해 포상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 있다”며 “추후 개별 은행이 책무구조도를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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