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 녹음, 증거 사용 불가”

아동학대를 의심해 자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발언을 몰래 녹음한 녹취록은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5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초등학교 교사 A 씨의 재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A 씨는 2018년 담임을 맡은 초등학교 3학년 아동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 학습 훈련이 전혀 안 돼 있다”라고 말하는 등 16차례에 걸쳐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아동의 부모는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수업시간 중 A 씨가 한 발언을 몰래 녹음한 파일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검사는 녹음파일과 이를 전제로 한 A 씨, 부모의 진술이 담긴 서류를 법원에 제출했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2심은 일부 발언을 무죄로 보고 벌금 500만 원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몰래 녹음한 A 씨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한다”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에 돌려보냈다.
파기환송 후 원심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사건 녹음파일 등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해 수집된 것으로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며 “녹음파일 등을 전제로 한 진술과 상담내용 또한 위 녹음파일 사이의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이 이루어지지 않은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이번 사건은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자녀 아동학대 사건과 쟁점이 유사하다.
주 씨 자녀의 특수교사는 정서적 학대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주 씨가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해당 교사에게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2심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상고로 현재 대법원이 해당 사건을 심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