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노동계가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명분은 문재인 정부 때와 같다. 이번 정권교체가 이 대통령 개인의 성과가 아닌 ‘광장의 성과’란 논리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논평을 내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 폐기와 노동계 요구 수용을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 이후 7개월 동안 한국노총은 무너진 헌정질서의 회복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치열한 투쟁의 길에 함께했다”며 “이번 이 대통령 당선은 광장을 지킨 모두의 투쟁과 헌신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노총은 이 후보를 공식지지 후보로 결정하고 이 후보와 직접 ‘노동이 만드는 정의로운 전환’ 정책협약을 체결했다”며 “한국노총은 이재명 정부가 대선 과정에서 약속했던 노동 존중 공약들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행하도록 감시하고 때로는 쓴소리도 마다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도 이번 대선을 “내란세력 심판과 재집권 저지를 위해 6개월 동안 광장을 지킨 시민들의 헌신과 투쟁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등 윤석열 정부가 거부했던 법안부터 통과시켜야 한다”며 “회계 공시, 타임오프 등 반노동정책을 폐기하고 내란 정부의 퇴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 때도 ‘개국공신’을 자처하며 노동계 요구사항을 잔뜩 담은 청구서를 내놨다. 당시 노동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집회를 주도한 공로로 전리품을 챙겼다. 노동·시민단체 출신 재야 학자들이 대거 관가에 진출했고, 노동계 숙원사업들이 정책에 반영됐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안전운임제 시행 등이 대표적인 노동계 숙원사업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와 달리 이재명 정부 출범을 노동계의 성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조기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서 비롯됐는데, 노동·시민단체 요구와 무관하게 탄핵 절차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 대통령은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을 거친 대선 ‘재수생’으로 노동·시민단체가 띄운 후보로 보기 어렵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노동관계법 적용 범위 확대, 근로자 추정제도 도입, 산별노조 단체협약 확산, 노조법 2·3조 개정, 주 4.5일제 추진, 포괄임금제 금지 등 노동계의 요구가 반영되긴 했으나, 과거와 같은 의석수를 앞세운 일방적 추진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 윤석열 정부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 전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 재의요구권(거부권) 남발이란 명분이 있었지만, 여당이 된 상황에서 입법권 남용은 ‘독재’란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 대통령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대화·소통·존중을 정치의 본질로 꼽으며 협치 복권을 공약했다.
한편, 노동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과 관련해선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일자리수석비서관을 역임하고 이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인 ‘성장과 통합’에 참여했던 임서정 전 고용부 차관 등이 세평에 오르나, 아직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인물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