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덕도신공항 개항 계획이 안개 속으로 빠졌다. 사업 컨소시엄 주관사인 현대건설이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애초 정부 목표였던 2029년 말 개항은 사실상 달성 불가능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경제 타당성보다 정치 목표로 추진을 시작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인 만큼 예상된 결과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사업 정상화와 관련해 “추가 조율할 것”이란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은 상황이라 사업 표류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30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 건설계획은 약 20년 전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건설 계획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항 건설 계획이 이륙과 회항을 거듭하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동남권 신공항’ 건설 사업 검토로 시작된 신공항 사업은 이명박 정부에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일대를 후보지로 검토했지만, 타당성 조사 결과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무산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선 신공항 사업 추진이 재검토됐지만, 2016년 당시 프랑스 기관의 연구 용역 결과 기존 부산 강서구 소재 김해공항을 확정해 사용하는 것이 가장 낫다는 의견이 나왔다. 당시 프랑스 기관 측은 “가덕도는 공항 입지로 적합하지 않고 건설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백지화되는 듯했지만, 문재인 정부 때 건설 계획이 부활했다. 이후 2021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신공항 명칭도 ‘가덕도신공항’으로 확정됐다. 이후 2023년 국책사업으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2029년 12월 신공항 개항을 공식화하면서 사업은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시작 전부터 진통을 겪고 급기야 컨소시엄 주관사인 현대건설이 ‘철수’를 선언하는 상황까지 전개됐다. 가덕도신공항은 부지 예정지의 절반 이상이 바다를 메워 공항 부지를 조성해야 하는 고난도 사업이다. 실제로 기존 가덕도신공항 개항 시점은 2035년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2030년 부산 엑스포 개최 시도를 위해 5년 이상 공기를 당겨 2029년 말 개항을 공언했다.
이런 이유로 현대건설은 지난달 28일 국토교통부가 입찰공고 때 명시한 공사 기간 84개월(7년)보다 긴 108개월(9년)이 필요하다며 조건 변경 내용을 담은 기본 설계안을 제출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8일 “현대건설이 기본설계를 보완하지 않아 국가계약법령에 따라 수의계약 체결이 어려워진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수의계약을 중단하는 절차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현대건설 역시 이날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업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날 "안전과 품질 확보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공기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과 정치적 이해 관계로 공항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무리한 공기 단축 요구와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하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해당 공사는 서울 남산 약 3배에 달하는 절취량과 여의도 2.3배 규모의 부지 조성을 수반하는 난공사다. 이에 따라 적정 공사기간 확보는 안전과 품질 보장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이 현대건설 측 입장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가덕도신공항 부지 공사 경쟁 입찰이 4차례 유찰되자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대상자로 선정했다. 컨소시엄은 현대건설 외에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으로 구성됐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그러나 최근 국토부에 입찰 조건과 달리 공사 시간을 기존보다 2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우선협상대상자 적격 여부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국토부가 현대건설에 보완을 요구했지만 현대건설이손 뗀다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국토부는 지난 8일 현대건설과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현대건설의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불참’ 선언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 8일 발표한 입장에서 변함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당시 국토부는 “사업 정상화 방안은 국토부 및 공단 TF, 외부 자문단 회의를 거쳐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약 667만㎡ 부지에 활주로와 계류장, 여객 터미널과 화물 터미널 등을 갖춘 24시간 운영되는 국제공항을 목표로 계획됐다. 정부 계획상 개항 시기는 2029년 12월이며 공사비는 10조5000억 원 규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