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당선이 유력해 지면서 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할 경우 부동산 정책도 기존 윤석열 정부 정책과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임대차법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강화 등이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출범 직후부터 대대적인 규제 시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있고, 서울을 제외한 전국 집값이 연일 하락하고 있어 건설경기 부양과 집값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급진적인 부동산 대책 시행은 힘들다는 분석이다.
4일 정치권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대선 공약을 통해 서울 도심 공급 확대와 함께 부동산 세제 강화 입장에서 ‘완화’ 쪽으로 돌아선 입장을 연일 강조했다. 이런 공약을 바탕으로 집권에 성공한 만큼 정권 초기부터 부동산 정책 ‘좌클릭’을 실행하긴 힘들다.
출구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이재명 후보는 유세 당시 발언과 공약집을 봐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다. 이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주택의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공급이 부족하면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잘 관리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공약집에서도 “초고가 아파트 가격 상승 억제 중심에서 중산층,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공급 중심의 주거 정책에 집중하겠다”며 주택공급을 거듭 약속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을 세금으로 억누르려 하지 않겠다는 점도 복수의 인터뷰와 공약 등을 통해 수시로 드러냈다. 공급 확대를 약속한 만큼 이 후보가 언급한 ‘4기 스마트 신도시 건설’ 계획의 세부안이 단시간 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서울 도심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 지원도 빠른 시일 내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나 부동산 세제 완화에는 기존 민주당 입장대로 부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 당시 여당은 재초환 페지법을 발의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지금껏 표류 중이다.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장을 맡은 진성준 의원은 “재초환은 아직 시행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실제 부담 수준을 지켜본 뒤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임대차법 역시 서민 주거 안정을 강조하는 민주당의 입장과 함께 민주노동당 등 범야권이 주장하는 ‘계속 거주권 보장’, ‘임대료 인상률 제한’, ‘임대주택 등록 의무화’에 힘이 실리면 언제든 임대차법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주택 공급 정책과 별개로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GTX(광역급행철도) 건설 사업과 세종 대통령 집무실 건립 공약 등은 예정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는 대선 공약으로 GTX A·B·C 노선을 조기에 완성하고 D·E·F 노선은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수도권 외곽 및 강원 연장 지원과 GTX플러스(G·H) 노선 설치도 검토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당장 대선에는 부동산 정책 ‘우클릭’을 했지만, 당선이 확정된다면 실제 정책 실행 과정에서 우클릭을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정체성 등이 다 정해져 있다. 서민을 위한 주택·부동산 정책으로 흐를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과거 문재인 정부 수준의 ‘강(强) 드라이브’는 걸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주거복지라든지 소외 계층 지원, 고액 부동산 자산가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의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동시에 청년의 주거 정책 확대와 주거 취약계층에 공공임대주택 지원 확대 등이 예상되고, 정비사업에선 용적률을 인상하는 대신 공공기여분을 확대하는 방법 등을 우선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보유세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아는데 집권 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초환 폐지 등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했는데 이재명 정부에선 아마 완화하긴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재초환이나 임대차법이 더 강화될 것이란 의견도 나오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더 드라이브를 걸기 보다는 현 상황 유지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만약 공약으로 밝힌 주택 공급 계획의 세부안을 이재명 정부에서 보완해 내놓는다면 서울과 수도권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또 “공급 측면에서도 규제 등으로 건설사들을 압박하면 주택 공급이 어려워지므로 압박보다는 건설사를 살릴 수 있는 그런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