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달 대선을 앞두고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정체 상태다. 새 정권의 정책 방향이 향후 M&A 시장에 녹아들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탄핵 선고 이전에는 논의가 활발하던 대규모 인수합병(M&A·빅딜)도 자취를 감추고 실사·인수 일정을 취소하거나 대선 이후로 늦춰잡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인수가 마무리된 M&A는(1조 원 이상)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인수,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롯데렌탈 지분 인수 정도다. 롯데렌탈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약 1조8000억 원을 주고 품에 안았다.
이는 SK E&S, SK스페셜티가 1년 전 각각 KKR컨소시엄과 한앤컴퍼니에 인수되고, 에코비트(2조 700억 원), 롯데손해보험(2조 원) 등 PEF를 중심으로 대규모 인수금융이 진행됐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IMM프라이빗에쿼티와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지난해 8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지 4개월 만에 에코비트 인수를 마무리했다.
효성의 ‘타이어스틸코드’ 사업부 매각 작업은 난항에 빠져 있다. 앞서 1월부터 매각 논의가 나왔지만, 원매자들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도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는 지난달에야 적격 예비 인수후보(숏리스트)에 스틱인베스트먼트, JKL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 4곳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매각 일정 순연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애경그룹의 알짜 계열사인 애경산업도 이달 진행하려던 예비입찰 일정을 다음달로 연기했다. 주관사인 삼정KPMG가 자금력이 충분한 글로벌 PEF 운용사와 전략적투자자(SI)를 대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했지만, 적극적인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몸값 눈높이차도 매각 절차 지연으로 이어졌다. 애경산업의 매각희망가인 6000억 원이 현 시총인 3500억 대비 다소 고평가됐다는 시각이 많아서다.
이밖에도 롯데카드, SK그룹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골프용품업체 테일러메이드 등의 예비입찰 일정이 다음달 대선 이후로 늦춰졌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계엄과 탄핵까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규모 M&A를 이끌던 국내 PE들은 숨을 죽이고 있다. 특히 미국발 관세정책으로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 가치를 매기기 어려워 거래 동력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M&A 거래 결과나 사업 환경이 새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M&A 거래일수록 의사결정자들이 산업 지원 제도나 규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다보니 속도감있게 진행하기 어렵다”며 “특히 자금을 제공하는 펀드나 대주단 쪽에서 차기 정부의 규제완화를 기대하며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