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선 여전히 HBM 강력한 수요 이어져
삼성도 테스트 결과 앞두고 있지만
SK하이닉스 독보적 공급 이어질듯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심장’으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독주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HBM3E(5세대)에 이어 HBM4(6세대) 진입에서도 기술 선점과 공급 우선권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HBM 수요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업이 시장 장악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년에도 AI 수요 확대에 따라 HBM 수요는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터 리 씨티그룹 분석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HBM 공급 부족 현상이 2026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올해 HBM 수요는 전년 대비 106%, 내년에는 57%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까지는 HBM3E 8단이 주류였다면, 올해는 HBM3E 12단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HBM의 가장 큰 수요처는 엔비디아다.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것은 HBM 제조사에게 사실상 최대 실적을 보장하는 셈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향 HBM3E 8단과 12단 납품의 대부분을 맡고 있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뒤늦게 HBM3E 12단 인증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생산·공급 능력에서는 SK하이닉스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 및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주력 제품이 될 HBM4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세계 최초로 제공했으며, HBM4 12단 제품은 연내 양산 준비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차세대 시장에서도 경쟁 우위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대만 컴퓨텍스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직접 찾아 “HBM을 잘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고, “원팀”이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내년 엔비디아향 물량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추정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대비 50% 이상 증가한 물량 공급 우선권을 확보했고 판가 역시 한 자릿수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과 HBM4 시장 점유율 75%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의 변수는 삼성전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마이크론보다 생산능력(캐파)이 큰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경우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되거나 구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올해 말 HBM3E 12단 제품 평가를 완료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이미 GB300용 HBM3E를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여서 삼성의 대규모 수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GB300은 3분기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GPU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3E 12단 제품의 고객 인증을 진행 중이며, HBM4 샘플도 연내 고객사에 제공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내년 중으로 양산을 시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