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감당할 선박은 불충분...운임도 고공행진
유럽, 인력 부족 등에 정박지 대기 시간 급증

미국과 아시아에서 물류대란 조짐이 보인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휴전 합의에 해당 지역에서 운송을 줄이거나 중단하려던 회사들이 방향을 급선회하면서 급등한 선적 수요로 물류 부담이 커졌다. 덩달아 유럽에서도 해운 병목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중 관세 전쟁 휴전이 발표된 12일부터 일주일간 중국발 미국행 컨테이너 예약량이 전주보다 두 배 이상 폭증한 약 22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대)로 1년여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90일 유예 기간 이후 정책을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물량 밀어내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갑작스럽게 늘어난 수요를 감당할만큼 선박들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달 초까지 미·중 관세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해운업체들이 중국과 미국 간 상품을 운송하던 선박을 다른 항로로 돌리거나 대형 컨테이너선을 소형으로 교체하면서 미·중 간 운송 역량이 줄어들었다.
운임도 고공행진이다. 12일부터 한 주간 상하이해운거래소의 상하이발 화물 컨테이너 운임 지수는 전주 대비 10% 급등했다. 해운업체들은 갑작스러운 관세 부과와 일시 유예, 또 상대 교역국과 극적 합의 등으로 관세가 널뛰면서 수요가 계절과 무관하게 급격히 변동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연쇄적으로 급증한 주문과 배송 지연 등을 감당하는 해운사들은 운임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WSJ는 설명했다. 한 아시아 물류회사 임원은 “앞으로 90일은 상당히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MSC는 지난주 “6월 1일부터 최대 14일까지 한시적으로 한국과 일본 등 모든 아시아 항구와 북유럽, 지중해, 흑해 항구 등에서 할증료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 주요 항만과 거점에서도 병목 현상은 악화하고 있다. 영국 해운 컨설팅업체 드루어리에 따르면 3월 말부터 5월 중순 사이 독일 브레머하펜에서 컨테이너를 하역하지 못하고 순서를 기다리는 정박지 대기 시간이 77% 급증했고 같은 기간 함부르크에서는 49%, 네덜란드 앤트워프에서는 37% 각각 늘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영국 펠릭스토우 등 다른 주요 관문도 마찬가지다.
유럽도 미·중 간 해운 수요 급증의 영향을 받았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고질적인 유럽 해운업계 인력 부족과 라인강 수위 저하 등도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을 놓고 관세 위협과 철회 등 갈팡질팡하는 행보로 무역 불확실성을 고조시켜 물류업계 부담을 한층 가중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 소재 컨테이너 선사 하팍로이드의 롤프 하벤 얀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웨비나(온라인 세미나)에서 “유럽 항구에서 최근 개선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제대로 통제되기까지 앞으로 6~8주가 더 걸릴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지정학적 혼란도 부담을 주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화물선들은 여전히 대부분 홍해를 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