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2 카드대란 잊었나…거품 키우는 무절제 경계해야

입력 2025-05-2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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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급전 창구인 카드론 잔액이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NH농협 등 9개 카드사의 4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5005억 원으로, 전월(42조3720억 원) 대비 1285억 원 늘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에 붙은 카드 대출 광고. 연합뉴스
▲서민 급전 창구인 카드론 잔액이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NH농협 등 9개 카드사의 4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5005억 원으로, 전월(42조3720억 원) 대비 1285억 원 늘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에 붙은 카드 대출 광고. 연합뉴스

카드론 증가세가 심상찮다. 급기야 카드론 잔액을 급격히 늘린 현대카드가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았다. 25일 금감원에 따르면 현대카드에 카드론 건전성과 이용 한도 관리 등에 관한 경영 유의사항 8건, 개선사항 15건이 통보됐다. 지난해 9월 말까지 취급한 카드론을 보면 현대카드는 잔액이 5조6378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18% 늘었다. 같은 기간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이 7.8% 늘어난 데 비하면 취급 확대 속도가 2배 이상이다.

카드론은 서민 계층의 급전 창구다. 서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고물가 속에 빚 부담이 늘고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해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 달리 손 벌릴 데가 없는 서민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의존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특히 저신용자 비중이 증가하고, 다중채무자 잔액이 느는 현실을 주시하고 있다. 신용도 등에 따라 대출 가능 금액을 차등화해야 하는데, 신용도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유로 카드론 대출 가능 금액을 산정한 사례가 발견되는 등 리스크 관리도 미흡했다고 한다.

특정 카드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42조5005억 원을 기록했다. 전월 42조3720억 원보다 1285억 원 늘었다. 지난달 카드론을 갚지 못해 다시 카드사에 대출받는 대환대출 잔액도 전월 대비 773억 원 늘어나 1조4535억 원을 기록했다. 빚내서 빚 막는 규모가 이렇게 크다. 경기 둔화의 그림자가 실로 짙다고 할 수밖에 없다.

올 1분기 카드사 연체율은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나카드와 KB국민카드의 1분기 말 연체율은 각각 2.15%, 1.61%로 2014년 말 이후 최고치, 신한카드는 1.61%로 2015년 3분기 말 이후 최고치였다. 경기 불황에 떠밀려 급전을 빌렸다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카드 대출 증가세는 ‘2002년 카드대란’의 쓰라린 기억을 소환하는 적색 경고등이다. 평균 연 15% 안팎의 금리가 적용되는 탓에 같은 액수를 빌려도 상환 부담이 훨씬 크다. 게다기 여러 장의 신용카드로 ‘돌려막기’하는 다중 채무자가 많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어디선가 적절히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연체율이 급증하고 신용불량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덩달아 담보 없이 돈을 빌려준 카드사 부실 위험도 급격히 커진다. 지나치게 대출을 늘린 카드사는 대출 잔액을 줄이더라도 부실 위험을 낮춰야 한다.

취약 계층의 대출 부실은 부지불식간에 금융 시스템 전반을 흔드는 재앙으로 커지기 쉽다. 금융 역사의 경험칙이 그렇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 카드업계가 먼저 단호히 임해 자정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20여 년 전의 참담한 외형 경쟁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금융당국 또한 부채 총량 줄이기에 힘쓸 일이다. 방심은 금물이다. 카드론 통계를 카드사만의 문제로 보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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