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금리 연 17% 넘어… 다중채무자 부담 심화
DSR 규제 은행 문턱 높아져⋯카드론 풍선효과 우려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가 연 2%대까지 하락했지만 카드론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조달비용 감소에도 '서민 급전창구'인 카드론의 고금리 기조를 이어가면서 취약계층의 금융 사각지대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여전채(신용등급 AA+, 3년 만기) 금리는 연 2.777%(23일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3.763%)와 비교하면 약 1%포인트(p) 낮아진 수준이다.
여전채는 카드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대부분의 자금을 여전채 발행을 통해 마련한다. 여전채 금리가 카드사의 자금운용비용과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통상 여전채 금리가 내려가면 카드사 대출금리도 내려간다.
그러나 조달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카드론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9개 주요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4.57%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14.26%) 대비 0.31%p 오른 수치다.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900점 초과 고신용자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연 11.76%에서 11.62%로 소폭 하락했지만 700점 이하 저신용자의 평균 금리는 연 17.01%에서 17.42%로 상승했다. 카드사들이 연체율 상승과 대손충당금 증가에 대비해 저신용자에 대한 금리 인상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론 이용자의 절반 이상은 이미 복수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라는 점에서 저신용자의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카드론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대출 접근성이 낮아진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 바깥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2금융권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우려했다. 특히 오는 하반기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전면 시행되면 기존 은행권 대출이 막힌 차주들이 카드론 등 고금리 대출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중채무자들이 점점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 결국에는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카드사들은 카드론 금리를 쉽게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기 둔화와 물가 부담 등으로 연체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손충당금 부담이 늘고 있고 여신 잔액 관리도 병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카드론 잔액 관리를 요청한 만큼 수요 억제를 위해서도 금리를 쉽게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연체율 상승과 대손 비용 확대 등으로 인해 조달금리 인하분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한 풍선효과를 억제하는 수단 중 하나로 고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