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임대인과 임차료 인하 협상 지속
경영실패 MBK, 책임 떠넘기기 비판도

홈플러스가 17개 매장 임대주에 계약 해지하겠다고 통보했지만 물밑에서는 여전히 협상을 벌이고 있다. 임차료를 낮춰 운영비를 줄여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계산인데,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MBK)의 부실경영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조사 보고서 제출 기한이 연기된 만큼 임대인과 협상 타협점을 찾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 조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6월 12일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당초 내달에 제출해야 했던 홈플러스 회생 계획안도 7월 10일로 연기됐다.
업계는 홈플러스가 가진 채무에서 비중이 가장 큰 매장 임차료 협상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본다. 회생 계획안 제출 기한이 한 달 연장되면서 홈플러스는 임대주와의 임차료 협상 시간을 벌었다.
앞서 홈플러스는 14일 법원의 승인을 받아 17개 임차 점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지만, 현재까지 임대주와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임대주에 임차료를 낮춰달라고 요구 중이다. 홈플러스가 요구한 임대료 인하 폭은 20% 정도로 알려진다. 반면 임대인은 홈플러스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이자 및 배당 지급 등의 문제로 손해가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임대인뿐만 아니라 대주단, 투자자까지 연달아 손해를 보는 구조라 쉽지 않다.
홈플러스가 임대인에게 점포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를 했음에도 물밑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건 기업가치 때문이다. 조사보고서에는 조사위원이 파악한 홈플러스의 재무 상황, 기업 가치, 사업 계획 등이 담기고 이를 토대로 계속 기업가치(기업이 영업을 지속한다고 가정했을 때 경제적 가치)와 청산가치(영업활동을 중단한다고 가정했을 때 산출되는 회사 가치)를 판단한다. 청산가치가 계속 기업가치보다 클 때 홈플러스는 영업을 중단하고 자산을 팔아 빚을 갚아야 한다.
홈플러스로서는 임차료를 낮춰 운영비를 줄이면 계속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계속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노조에서 우려하는 청산을 막는 동시에 경영 효율화까지 꾀하겠다는 의도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임대인과 계속 협상할 계획”이라면서 “(계약 해지 통보에도 임대인과 협상을 하는 건)영업의 지속성과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홈플러스의 행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홈플러스 기업 회생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대주주인 MBK의 경영실패인데, 이를 임대주의 책임처럼 전가하는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한국신용평가의 2025년 1분기 부도기업 분석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주요 부실 원인 중 하나로 MBK의 투자금 회수 전략이 꼽혔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4조3000억 원 규모의 인수금융과 7000억 원의 상환전환우선주를 홈플러스에 부담시켰다.
이후 영업으로 얻은 현금과 점포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인수금융 상환에 우선 사용했다. 지속한 점포 매각과 설비투자 축소는 홈플러스의 외형성장을 제한됐고 순차입금은 확대됐다. 2024년 11월 기준 홈플러스의 순차입금은 6조4334억 원으로, 2021년 대비 5.8% 늘었다.
한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인수기업에 인수금융 상환 부담을 전가하고 핵심 자산을 매각해 조기 회수를 시도하는 방식은 기업의 사업 지속성과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