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문은행 3사 중 '나홀로 역성장'
실적 안정성·성장 가능성 입증 숙제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사실상 마지막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올해 초 상장을 최종 철회한 지 5개월이 채 되기도 전이다. 다만 케이뱅크의 실적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여전해 이번 IPO 과정도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최근 주요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 제안서(RFP)를 발송했다. 다음달 중 주관사단을 선정할 예정으로, 상장은 내년 초 정도로 예상된다.
케이뱅크의 상장 도전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2022년 9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2023년 2월 투자심리 위축 등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상장을 연기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IPO 재도전에 나섰으나,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상장을 철회했다. 당시 케이뱅크는 외형 성장과 수익성 제고에 주력하면서 시장 상황이 개선될 시 IPO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케이뱅크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점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1분기 16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507억 원) 보다 68% 넘게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이자이익(1357억 원)도 20% 넘게 줄어 1085억 원을 나타냈다. 순이자마진(NIM) 또한 전년 동기(2.40%) 대비 1%포인트(p) 가까이 하락한 1.41%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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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경쟁사로 꼽히는 카카오뱅크는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6% 증가한 1374억 원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자이익도 5823억 원에서 6022억 원으로 늘었다. NIM은 다소 줄긴 했지만 그 수준이 -0.09%p로 미미해 2%대를 유지했다. 토스뱅크 역시 올 1분기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187억 원)을 올리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가 인터넷은행 중 '나홀로 역성장'을 보인 가운데 성장 가능성을 엿볼 만한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업비트 의존도를 낮추고 있지만, 업비트 예치금이 여전히 20% 수준으로 높은데 이자비용도 늘었다"며 "사업 모델이 다양하지 않아 실적 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직 수익성과 성장성에 대해 시장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해음에도 케이뱅크가 상장을 서두르는 건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약속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FI들과 적격상장(Q-IPO·Qualified Initial Public Offering) 조항을 체결했는데, 조항상 내년 7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Q-IPO 조항은 상장을 준비할 때 특정 기준을 충족하도록 걸어두는 안전장치를 뜻한다. 약속한 기간까지 케이뱅크가 상장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케이뱅크 대주주인 BC카드는 FI들과 함께 보유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콜옵션을 행사에 FI 지분을 되사들여야 한다. 이에 따른 소요 자금은 70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