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 불황, 글로벌 시장서 보완⋯"해외 매출 뛰면 수익 확대" 공식화
오리온ㆍCJ제일제당, 장기간 다져온 해외투자 결실⋯해외 투자 추가 예고

오리온과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등 국내 식품기업들이 내수 불황 속 해외 매출 성장세를 바탕으로 1분기 실적 방어에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해외법인 성장세가 가파를 뿐 아니라 해외매출 비중이 국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는 점에서 닮아있다. 다만 성장의 밑거름이 된 투자방식 등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3일 주요 식품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종합하면 삼양식품, 오리온, CJ제일제당의 전체매출 대비 해외매출 비중은 각각 80% 68%, 5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CJ제일제당의 경우 최근 1년 새 해외매출 비중이 10%p(포인트) 확대됐다.
식품사들의 해외사업 강화는 불황으로 정체된 국내사업 수익을 보완하는 데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 전체 매출의 단 20%만이 국내 매출에 해당하는 삼양식품의 경우 올해 1분기 해외매출 규모가 424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뛰었다. 작년 2분기 3000억 원을 돌파한 지 3분기 만에 분기 기준 최초로 4000억 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오리온의 경우 오랜 기간 공들인 해외법인 성과가 가시화한 모습이다. 오리온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현지법인 매출은 전년 대비 7.1% 성장한 3282억 원, 영업이익은 3.2% 증가한 560억 원을 기록했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법인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러시아 법인 매출(672억 원)도 1년 전보다 33% 급등했다. 베트남 법인 역시 8.5% 성장한 1283억 원 매출을 기록하며 우상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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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사업에 전력투구 중인 CJ제일제당 역시 해외 식품사업 매출이 1년 새 8% 성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3조1540억 원)과 비교하면 5년 새 77% 성장한 수준이다. 이 같은 성장세를 발판으로 CJ제일제당의 해외 매출(1조4881억 원)은 국내 매출(1조4365억 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CJ제일제당은 주력 시장인 북미 외에도 중국과 일본에서도 현지법인 설치와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면서 1분기 매출이 각각 15% 이상 늘었다.
이들 기업이 해외 성과를 끌어낸 배경은 천차만별이다. 오리온과 CJ제일제당의 경우 현지법인 설립과 공장 준공 등 과감한 투자가 밑거름돼 예고된 결과가 도출된 측면이 크다. 오리온은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 인도에 총 11개의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다. 오리온은 이러한 투자 성과가 실적으로 증명된 만큼 올해에도 83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구상이다. CJ제일제당 역시 일본 등에 비비고 만두 공장을 신규 준공하며 생산기지 구축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삼양식품은 자사 대표 흥행제품인 '불닭볶음면' 인기에만 의존한 측면이 크다. 불닭볶음면이 SNS 등을 통해 '도전’과 ‘먹방’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 세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후 현지 대형 유통망 입점을 통해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다만 단일 상품에 국한된 인기인 만큼 '원 히트 원 더' 리스크와 현지 유통망 확대 등은 향후 해소해 나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근래 K콘텐츠 등 영향으로 한국 식품에 대한 전 세계 소비자들의 허들이 낮아지면서 식품업체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위기도 과거보다 잘 조성된 상태"라며 "기업들 역시 대내외 변수에 리스크가 크고 한정된 규모의 내수를 대체하기 위해 현지 진출뿐 아니라 현지 생산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