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자금이 절실한 서민층을 노린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금융회사 상담과 흡사한 방식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수법이 정교해지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41.9%가 대출빙자형 사기에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한 수치다. 금감원은 “정책금융 명칭 도용, 악성 앱 설치, 선입금 요구 등 수법이 날로 정교해져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주의’ 등급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대출빙자형 사기는 저금리 대출광고를 통해 피해자를 유인한 뒤 실제 금융회사 상담처럼 신분증 제출과 서류 작성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사기범은 자신을 금융회사 직원으로 사칭하며 명함과 증명사진, 위조된 신청서 등을 활용해 신뢰를 유도한다. 상담 이후에는 ‘신용점수 향상’, ‘기존 대출 상환’, ‘보험료 예치’ 등의 명목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선입금을 요구한다.
최근에는 악성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유도를 통한 휴대전화 원격조종 수법도 등장했다. 사기범은 공식 앱스토어를 통해 ‘보안 앱’ 또는 ‘원격제어 앱’을 설치하게 한 뒤 피해자의 금융 앱을 삭제하고 악성 앱을 설치해 금전을 편취한다. 메신저 상담 유도, 금융감독원 사칭 알림톡 발송 등도 자주 활용되는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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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도 다양하다. 피해자 A씨(44)는 구글에 ‘신규개인사업자 대출’을 검색한 뒤 광고사이트에 연락처를 남겼다가 텔레그램으로 접근한 사기범에게 7600만 원을 편취당했다. 피해자 B씨(59)는 OO저축은행 사칭범에게 정부지원 대출을 제안받고 기존 대출 상환 명목으로 6200만 원을 송금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는 대출을 이유로 앱 설치나 선입금을 절대 요구하지 않는다”며 “공식 인증마크가 없는 카카오 알림톡, 유선전화 이후 텔레그램 상담 전환 등은 모두 보이스피싱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피해를 막기 위해선 등록된 제도권 금융회사 여부를 ‘파인’ 또는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해야 한다. 피해 발생 시엔 즉시 112 또는 송금한 금융회사 콜센터로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금감원은 향후 불법 사금융업자 사이트에 대한 광고 차단 등 대응 조치를 강화하고 금융권과 공동으로 보이스피싱 예방 홍보를 지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