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중 관세 휴전 국면
국내 대선 보름 앞으로
증시 반등 여파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한 달 만에 1조2000억 원 넘게 불어났다. 미·중 관세 협상이 잠시 휴전 국면에 접어들고, 국내 조기 대선 일정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증시가 급격히 반등하자 투자자들이 신용대출을 적극적으로 끌어다 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5일 코스피, 코스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7조8053억 원을 기록했다. 이달 8일 17조5153억 원에서 4거래일 연속 상승해오다 14일 17조7300억 원으로 소폭 내려왔지만, 15일 하루 만에 다시 700억 원이 증가했다. 한 달 전 16조5760억 원과 비교하면 1조2293억 원 증가한 수준이다.
시장별로 보면 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 증가 폭이 가팔랐다.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15일 6조8949억 원에서 이달 15일 7조5298억으로 한 달 만에 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6.1% 증가한 10조2755억 원으로 집계됐다. 모두 미·중 관세 갈등이 이달 초 잠시 숨 고르기에 돌입하면서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지난달 23일 17조2700억 원이던 신용거래융자는 같은 달 24일 17조4300억 원, 28일 17조5120억 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국내 증시의 회복세가 두드러지던 시점과 일치한다. 코스피 지수는 16일 2626.87에 마감하며 한 달 전(2447.43) 대비 7.3% 상승했다. 통상 투자자들이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할수록 신용거래융자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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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조기 대선 공약으로 증시 활성화 공약을 내세우자 투자심리가 호전된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주가지수 5000시대’를 공약으로 증시 부양 의지를 내세우며 1400만 개인투자자 표심잡기에 나섰다. 코스피가 2600선을 회복하자 기업공개(IPO) 시장도 조(兆) 단위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활기를 찾았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에도 지각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16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 3위를 내주고 4위로 한 계단 내려왔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전일보다 5.37% 급락한 29만500원에 마감하면서 2022년 1월 상장 후 처음으로 공모가 30만 원 선이 깨졌다.
현대차 또한 'K-방산'의 대표주자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턱밑까지 추격해온 상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6위)의 시총은 39조7761억 원으로 5위인 현대차 40조5849억 원과 격차가 1조 원도 채 나지 않는다. 현대차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완성차 관세 부과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연초 이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시총 자리 바뀜으로 코스피 상위 그룹사 또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스피 상위 1~5위는 삼성, SK, LG,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2종목이 올라있고, 나머지는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위 자리를 꿰차면 현대차그룹이 빠지고 한화그룹이 코스피 시총 상위로 올라서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기아 역시 시총 10위 자리에 간신히 걸쳐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