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신 그리고 구토와 회충…‘푸바오 중국記’는 언제나 비보 [해시태그]

입력 2025-05-14 16:5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희소식만 들려오길 바랐던, 중국으로 보낸 유학생의 소식은 매번 ‘무소식’ 아니면 ‘비보’만 가득했습니다. ‘비공개구역’, ‘경련’, ‘구토’ 등 그 단어조차 안타까운데요. 지난해 4월 중국으로 간 판다 ‘복보’ 푸바오의 최근 근황은 ‘회충’이었죠.

중국 쓰촨성 워룽 자이언트 판다원 선수핑기지로 주거지를 옮긴 푸바오가 최근 급격히 야위고 구토 증상까지 보이며 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선수핑기지와 중국 자이언트 판다연구센터는 “푸바오가 현재 가임신(위임신·pseudo pregnancy) 상태”라고 설명했지만, 회충 감염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상황은 심상치 않습니다.


(출처=중국 판다보존연구센터 웨이보 캡처)
(출처=중국 판다보존연구센터 웨이보 캡처)


판다센터는 “푸바오가 가임신 상태에 있으며, 활동량과 식욕이 줄어든 상태”라고 밝혔는데요. 가임신은 임신이 되지 않았는데도 발정기 호르몬 변화로 인해 임신과 유사한 신체 반응을 보이는 상태를 뜻합니다. 이 시기에는 대부분의 암컷 판다가 둥지를 만들고, 음식을 가리며 활동을 줄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요. 푸바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죽순, 사과, 워토우 등 평소 좋아하던 간식을 거부하며 식욕 저하를 보였고, 최근에는 입 경련과 구토 증상까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죠.

선수핑기지 측은 푸바오의 구토 증상과 관련해 “회충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는데요. 그러면서 “회충에 의한 구토는 판다 사육관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라며 “개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판다센터는 통상 두 달에 한 번씩 판다의 체내 구충을 시행하는데, 푸바오는 두 달이 지났다”고 했죠. 그러면서 “현재 푸바오는 위임신(가임기) 단계로 식욕이 현저히 떨어져, 평소 좋아하던 사과 등의 음식에도 흥미를 잃어 구충제 경구 복용이 어렵다”며 “센터는 푸바오의 건강상태를 면밀하게 지켜보며, 적절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확한 감염균을 알 수 없지만, 자이언트 판다에게 흔한 회충(기생충)인 ‘바일리사스카리스 슈뢰더리(Baylisascaris schroederi)’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이 회충은 소화관에 기생하며 설사, 구토, 복통 등을 유발하죠. 심하면 췌장염이나 다장기 부전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 푸바오의 상태가 치료가 어렵다는 점인데요. 대부분 구충제는 경구 투여 형태이며, 먹이에 섞어 자발적으로 섭취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가임신 상태의 판다는 식욕이 떨어져 사과와 당근 등에 넣어 자연스럽게 섭취하는 ‘약물 복용’ 자체가 어려운 상태죠. 강제 투약은 판다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보호기관은 이를 피하고 있는데요.


(연합뉴스)
(연합뉴스)


푸바오는 ‘사육 판다’로 ‘야생 판다’보다는 회충 감염에 조금 더 안전한 것으로 인식됐죠. 하지만 야생이든 사육 환경이든 모두 감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회충은 판다의 장에 기생하며 알을 배출하고, 토양이나 먹이 등을 통해 구강으로 다시 들어와 감염을 반복하는 특징을 가지는데요.

그렇기에 야생 판다가 감염에 더 취약하죠. 야생 판다는 자연환경 속에서 토양 오염, 먹이 오염, 다른 개체와의 간접 접촉 등을 통해 쉽게 감염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육 판다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데요. 판다는 화장실 구역과 식사 구역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자신의 분변이나 다른 개체의 배설물에 있는 회충 알이 먹이나 물, 바닥 등을 통해 다시 섭취될 수 있습니다.

먹이 세척이나 청소가 완벽하지 않으면 식기나 죽순, 사과에 회충 알이 남아 있을 수 있으며, 구충제를 제때 먹지 못하거나 아예 먹지 않게 되는 경우 감염 위험이 커지는데요. 실제로 회충 알은 건조나 소독에도 강해 완전한 제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기적인 구충제 투여, 철저한 분변 관리, 먹이 고압 세척, 동선 통제 등이 예방책으로 권장되지만, 식욕 저하가 시작되면 그마저도 어려워지죠.

이 회충 감염이 극단으로 가게 되면 판다 사망에 이르는데요.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중국 쓰촨성 야생 판다 사망 사례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회충 감염이 주요 사망 원인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발표했죠. 2021년에는 바일리사스카리스 슈뢰더리 감염으로 급성 췌장염과 다장기 부전이 발생해 사망한 판다 사례가 국제 학술지에 실리기도 했는데요. 회충 감염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 생존에 직결되는 위협이 되는 셈입니다.


(출처=중국 판다보존연구센터 웨이보 캡처)
(출처=중국 판다보존연구센터 웨이보 캡처)


최근 공개된 푸바오의 영상에서는 벽에 기대어 죽순을 먹고 있는 모습만이 확인됐는데요. 평소의 활발한 움직임은 없었고, 털 윤기나 표정에서도 컨디션 저하가 뚜렷하게 드러났죠.

선수핑기지 측 관계자와 사육사는 회충 감염으로 인한 건강 악화에 팬들의 염려가 더해지자 “밤새 모니터링과 현장 점검을 했지만, 푸바오는 신음과 통증, 불편함을 보이지 않았다”며 “흔히들 걱정하는 장폐색이나 급성질환 시 수면 자세와 푸바오의 수면 자세가 달랐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불안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죠. 중국 반환 이후 푸바오를 둘러싼 우려는 단 한 번도 완전히 사라진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푸바오는 공개와 비공개를 오가며 장기간 비전시 상태로 전환되거나 외부 관람이 제한되는 상황이 반복돼왔는데요. 그러다 3월께 다시 방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푸바오가 다시 두 달 만에 수척해진 모습으로 나타나 우려가 더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이에 팬들은 중국 대사관 앞 등에서 “푸바오는 단지 동물이 아니라, 우리의 가족이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요. 푸바오의 재송환 요구도 더해졌죠. 하지만 한국과 중국 간 판다 대여 협약 구조상, 푸바오를 다시 한국으로 데려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기존 주거지인 에버랜드 측이 이를 원하는지도 알 수 없는데요.


(출처=웨이보 캡처)
(출처=웨이보 캡처)


판다의 소유권은 중국에 있고, 푸바오 또한 중국 관리 체계 아래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관리 방법을 바꿔달라’, ‘사육사를 바꿔달라’, ‘주거지를 옮겨달라’, ‘한국으로 보내달라’라는 모든 요구가 중국 측으로서는 ‘굳이 수용해 줄 이유’가 없는 거죠. 자신들의 방식에 맞춰 잘 조처하고 있다며 선을 그은 태도가 팬들을 더 허탈하게 합니다.

결국, 푸바오가 부디 이 시기를 잘 견뎌주기를 바랄 뿐인데요. 이 모든 걱정이 그저 ‘기우’이길 기원해야 하죠. 푸바오의 안녕을 걱정하는 수많은 돌멩이의 바람이 푸바오와 관계자들에게 잘 닿기를, 그들의 아량이 생겨나길, 그런 마음으로 말입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코스피, 장중 3000선 돌파…3년 6개월만
  • '아이돌의 아이돌' 빅뱅, 어떤 차 몰까…개성 넘치는 이들의 콜렉션 [셀럽의카]
  • 제2차 세계대전에 등장했던 ‘강철비’…이란이 쏜 집속탄이란?
  • ‘내란 특검보’ 김형수·박억수·박지영·박태호·이윤제·장우성
  • "농어를 고아 먹으면 굽은 등도 펴진다?" [레저로그인]
  • [날씨] 전국 장마 시작…강풍 동반해 시간당 최대 50㎜ 쏟아져
  • 티몬, 오늘 운명의 날…오아시스 품에 안기나
  • ‘서울대 10개 만들기’ 입시 병목 해법 되나…“재정마련 시급” [위기 대한민국, 이것만은 꼭 ⑩·끝]
  • 오늘의 상승종목

  • 06.2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43,448,000
    • -0.77%
    • 이더리움
    • 3,370,000
    • -2.77%
    • 비트코인 캐시
    • 674,000
    • +0.07%
    • 리플
    • 2,928
    • -2.53%
    • 솔라나
    • 191,100
    • -4.26%
    • 에이다
    • 789
    • -4.25%
    • 트론
    • 378
    • -0.79%
    • 스텔라루멘
    • 337
    • -2.32%
    • 비트코인에스브이
    • 42,860
    • -1.22%
    • 체인링크
    • 17,350
    • -3.72%
    • 샌드박스
    • 340
    • -2.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