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이라면 응당(?)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습니다. 그 이름은 '마의 7년'. 데뷔로부터 7년을 맞는 아이돌 그룹은 분열, 해체 수순을 밟는다는 일종의 징크스입니다.
그러나 이 징크스를 넘어 8년, 9년 기념일을 맞고 '10주년'까지 맞이한 그룹들이 있습니다.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며 사랑받는 데다가 10주년을 기점으로 더 크게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빛나는데요. 유독 '꽉 끼는' 올해 가요계에서도 존재감을 각인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관련 뉴스
'마의 7년'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건 아닙니다. 이 말엔 제법 구체적인 배경이 있죠.
가요계에서 7년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정한 표준계약서의 계약 기간입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연예인과 소속사 간의 계약은 통상 10년, 13년씩 이어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연습생 때부터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려는 소속사, 데뷔만을 바라보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젊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 사이 불균형이 일며 이른바 '노예 계약' 문제가 제기됐죠.
이런 계약들이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지면서, 공정위는 2009년 '전속계약은 7년 이내가 적절하다'는 취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이후 기획사와 소속 가수의 전속계약 기간은 대부분 7년으로 결정됐습니다.
이에 가수들은 자연스럽게 '7주년'에 앞서 재계약 여부를 고심하게 됩니다. 기존 소속사와 동행을 이어갈지, 활동 방식과 계약 기간, 팀 탈퇴 여부 등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 서죠. 데뷔 후 7년간 쉼 없이 달려온 이들에겐 이 시점이 리셋 버튼과도 같은 셈입니다. 활동을 이어가고자 하는 욕심도, 다른 꿈을 좇고 싶은 욕망도 있겠죠.
실로 데뷔 7주년 전후로 공식 해체 소식을 전한 그룹만 레인보우, 포미닛, 씨스타, 미쓰에이 등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공식 해체는 아니지만 멤버들이 제각각 새로운 둥지를 틀며 완전체 활동이 무기한 중단된 그룹도 숱합니다.
그러나 최근엔 개인 활동은 따로, 완전체 활동은 함께하는 '따로 또 같이' 전략도 어렵지 않게 발견됩니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블랙핑크도 재계약 여부로 2023년 가요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의 긴 논의 끝에 지수, 제니, 로제, 리사는 '완전체 활동은 기존 소속사에서 함께', '개인 활동은 각자' 하는 데 뜻을 모았는데요. 멤버들은 각자 개인 레이블을 설립하고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활발한 솔로 활동을 펼쳤습니다. 성적과 화제성 역시 대단했죠.
이들은 이제 완전체로 뭉칩니다. '본 핑크'(BORN PINK) 투어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인 7월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완전체 콘서트를 열고요. 이어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토론토, 뉴욕,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스페인 바르셀로나, 영국 런던, 일본 도쿄까지 총 10개 도시에서 18회에 걸쳐 월드투어를 돕니다. 대부분이 스타디움급 공연장이죠.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그룹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멤버들이 기존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종료, 다른 곳에 둥지를 틀었더라도 완전체 활동에 함께 나서면서 팬들의 응원을 받고 있는데요.
2015년 1월 데뷔한 걸그룹 여자친구는 2021년 소속사 쏘스뮤직과의 전속계약 종료와 함께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사실상 팀 해체라는 게 중론이었고, 완전체 활동도 팬들의 추억 속에만 남는 듯했죠.
그러나 이들은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올해 10주년 프로젝트에 나섰습니다. 스페셜 앨범을 발매하고, 음악방송과 시상식에 참석하고, 단독 콘서트에 아시아 투어까지 팬들의 열띤 함성을 자아냈는데요. 멤버 소원은 10주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데 대해 "완전체 컴백을 준비하면서 막연한 설렘보다는 걱정과 긴장이 앞섰다. 그러나 무대에서 버디(팬덤명)를 본 순간부터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됐다. 힘든 날에도 팬분들을 생각하면 에너지가 생기는 듯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죠.
같은 해 4월 데뷔한 오마이걸도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는데요. 지난달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진행하며 팬들과 기념일을 챙겼습니다. 대면 단독 콘서트로는 약 6년 6개월 만에 팬들과 만나는 만큼 2회차 공연 모두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스트리밍을 동시 진행하며 더욱 많은 팬과 함께했죠. 특히 지난달 발매한 스페셜 싱글 '오 마이'(Oh My)의 무대를 최초로 선보였습니다. 10주년을 맞이한 오마이걸의 여정과 미라클(팬덤명)을 향한 애정이 녹아 있는 곡이라 응원 구호를 외치는 팬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컸습니다.
이후 이들은 재계약 소식을 전했는데요. 효정, 미미, 승희, 유빈은 기존 소속사인 WM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체결했으나 유아, 아린은 소속사와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유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필 편지를 남기고 배우로서의 출발을 알리면서도 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강조했는데요. 그는 "앞으로도 10년, 20년을 넘어 오마이걸을 위해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오마이걸은 여러분이 사랑해주고 지키고 싶은 만큼, 저 역시 지키고 싶고 지켜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죠. 오마이걸 활동은 WM엔터테인먼트에서, 배우 활동은 새 둥지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보이그룹 몬스타엑스는 오늘(14일) 완전체 활동 신호탄을 쏘아올렸습니다. 앞서 몬스타엑스는 2022년 아이엠을 제외한 5명의 멤버가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체결했는데요. 아이엠은 팀 활동에 강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죠. 의지는 10주년 활동에도 반영됐습니다. 이날 오후 2시 디지털 앨범 '나우 프로젝트 볼륨.1'(NOW PROJECT vol.1)가 발매됐죠.
이번 앨범에는 리더 셔누가 군 복무로 인해 부득이하게 참여하지 못했던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발표된 곡들이 수록됐는데요. 타이틀곡 '러쉬 아워'(Rush Hour), '러브'(LOVE), '뷰티풀 라이어'(Beautiful Liar)부터 수록곡 '아우토반'(Autobahn), '라이드 위드 유'(Ride with U), '머시'(Mercy), '사랑한다', '론 레인저'(LONE RANGER), '디나이'(Deny), '괜찮아'까지 총 10곡이 실렸습니다. 13일 멤버 형원이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하며 군백기(군대+공백기)를 일단락한 몬스타엑스는 위 곡들을 여섯 멤버의 목소리로 다시 녹음, 완전체 버전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수록곡들은 모두 멤버들이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하면서 완성도를 높였죠. 몬스타엑스의 정체성과 음악적 성장이 고스란히 담긴 셈입니다.

10주년을 기점으로 더 큰 한 걸음을 내딛기도 합니다.
군백기를 마친 밴드 엔플라잉은 9~11일 올림픽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약 2년 만의 완전체 콘서트였죠. 3회차 모두 빠르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티켓 파워를 입증했는데요. 부산 공연도 마찬가지로 티켓 오픈 이후 빠르게 자리가 동났습니다. 9일 공연에서 리더 이승협은 "여기까지 오는 데 10년 걸렸다"고 뭉클함을 자아냈죠.
엔플라잉은 올해를 분기점 삼아 한층 단단해진 팀워크와 성장한 음악적 역량을 가감 없이 보여줄 전망입니다. 유회승은 공연에서 "여러분이 함께해주셔야 저희가 더 큰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등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 체조경기장(KSPO 돔)으로 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농담하면서도 "정신, 개념, 겸손 항상 탑재하겠다. 여러분과 함께 멀리멀리 좋은 곳으로 가고 싶다"고 더 큰 무대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같은 날 KSPO 돔에는 데이식스가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데이식스 역시 KSPO 돔 입성은 데뷔 후 10년 만이었는데요. '데이식스 세 번째 월드투어 [포에버 영] 피날레 인 서울'(DAY6 3RD WORLD TOUR [FOREVER YOUNG] FINALE in SEOUL)의 피날레 공연을 이곳에서 장식한다는 점으로 더욱 의미가 컸죠. 데이식스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3일간 이곳에서 팬들을 만납니다. 전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해 압도적인 티켓 파워를 입증했습니다.
세븐틴은 26일 발매하는 정규 5집 이름부터 '해피 버스트데이'(HAPPY BURSTDAY)입니다. 생일을 뜻하는 'Birthday'와 폭발, 분출, 시작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Burst'를 결합한 앨범명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이 폭발하는 세븐틴의 재탄생을 예고하는데요. 10주년이라는 기념비를 세운 만큼, 다양한 프로모션도 준비돼 있습니다. 이번 신보에는 타이틀곡 '썬더'(THUNDER)를 비롯한 단체곡 3곡에 멤버 13명의 솔로곡 13개가 수록됩니다.
발매를 앞둔 23일~25일엔 서울 세빛섬과 잠수교를 포함한 반포한강공원 일대에서 대규모 오프라인 이벤트 '비 데이 파티'(B-DAY PARTY)를 개최, 대형 팝업부터 무대 '버스트 스테이지'(BURST Stage)에 나서는 등 대규모 생일 파티를 열죠. 잠수교에서 공연하는 건 K팝 아티스트 중 세븐틴이 최초입니다.
세븐틴은 1일(현지시간) 미국 골드하우스(Gold House)가 발표한 2025년 'A100' 명단에 K팝 그룹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골드하우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로, 매년 미국 문화와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아시아인 100명을 선정해 'A100' 명단을 발표합니다. 골드하우스의 설명처럼, 세븐틴은 "식지 않는 야망과 무한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발판 삼아 끊임없이 기대치를 뛰어넘"을 전망이죠.
트와이스는 '최정상 걸그룹'의 위상을 떨치고 있습니다. 화제리에 막을 내린 밴드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 오프닝 게스트로 활약한 트와이스는 대형 뮤직 페스티벌 '롤라팔루자 시카고' 헤드라이너로 출격합니다. 롤라팔루자는 1991년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된 음악 축제로 미국, 프랑스, 독일, 칠레, 브라질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열리는데요. 트와이스는 하루 평균 11만5000여 명이 모이는 초대형 무대에 올라 헤드라이닝 무대를 장식하고 관객들과 소통하며 에너지를 전할 예정입니다.
트와이스는 굵직한 행보를 거듭하며 '스타디움 아티스트'의 존재감을 각인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해외 여성 아티스트 사상 최초로 일본 가나가와 닛산 스타디움 입성 및 단독 콘서트를 진행하고, 총 150만 관중을 동원한 전 세계 27개 지역 51회 규모의 다섯 번째 월드투어 '레디 투 비'(READY TO BE)를 성료했는데요. 같은 해 11월 21일 K팝 아티스트로서 처음으로 '아마존 뮤직 라이브'(Amazon Music Live)에서 단독 공연을 펼치고 역대 가장 많은 시청자 수를 기록한 바 있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0년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팀으로서 10년간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요. 공백기와 계약서를 넘어 소중한 추억을 쌓아온 팀들. 이들에게 '마의 7년'도 위기가 아닌, 더 단단해지는 시간의 증표가 되고 있는데요. 기념비적인 10주년을 맞이한 이들의 또 다른 전성기를 기대해봐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