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눈] 구원자는 없다…국민이 있을 뿐

입력 2025-05-1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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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전문위원ㆍ언론학 박사

1932년 봄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당시 독일인들은 세계 제1차 대전 패망과 세계 대공황 이후 국가의 대내외적 위기 가운데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아직 민주 공화정이 무르익지도 못한 시기에 그들은 국가의 수장을 다시 선거로 선출해야 하는 막대한 과제를 마주했다.

정치·경제적으로 급변하는 시기에 민심은 뒤숭숭했고, 급기야 그들은 민주 공화정 자체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공화주의자들은 단합과 리더십을 거의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독일 국민들의 회의와 불만은 엉뚱한 인물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게 된다. 바로 나치당을 이끌던 아돌프 히틀러다.

20세기 현대사를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당시 히틀러는 독일 국민들에게 구원자 같은 존재였다. 외세의 압력에 의해 세워진 민주 공화정의 폐습을 청산하고 다시 게르만 민족의 부흥을 가져다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1932년 여름, ‘반(反)공화주의’를 내세운 나치당은 선거에서 아이러니컬하게 대승을 거두게 된다.

그로부터 100년 가까이 세월이 지난 지금,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불거진 조기 대선을 불과 한 달도 채 안 남기고 필자는 이 역사의 한 자락이 떠올랐다. 1932년 망국의 운명을 걷게 될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국민이 그랬듯이, 지금 대한민국의 국민들도 대내외적인 격랑 한 가운데 국가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를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도 위태롭다. 경제적으로는 올해 상반기에 들어서 실물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환율, 고물가로 자영업자들과 서민들은 고통 속에 절규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을 둘러싼 위기는 무서울 정도로 젊은 세대의 가슴에 분노를 지피우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혼란 속에 조기 대선을 안정적으로 준비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한 인물에게 기울어지고 있다. 비가 궂은 날엔 신호등의 불빛이 유난히 더 밝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날씨가 맑거나 궂거나 신호등은 항상 그대로일 뿐, 날씨가 궂기 때문에 우릴 위해 더 열심히 빛을 내지는 않는다.

전 대통령이 탄핵된 상태에서 허둥지둥 치르는 이번 선거는 대통령 한 사람을 뽑는 것 이상으로 의미가 있다. 정치적 힘의 균형과 한 정치 진영의 재건과 회복 가능성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 정치 제도에 있어서 힘의 균형과 상호 견제 및 협력은 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하다. 이번 조기 대선의 결과로 인해 한 진영이 다른 진영을 몰아세우고 몰살하며, 정치 운영을 장악하게 되는 대가로 이어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과 지금의 정치적 공황 상태가 무엇으로부터 말미암았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시작점을 행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아직까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며 부디 국민들의 신중한 선택을 기원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한 국가의 운명을 바꿀 만한 구원자와 같은 인물은 복잡다단한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 가운데 나타날 수 없다. 더욱이 대통령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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