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말해 나무들이 서로 가까이 자라고 있음에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수관 사이에 틈을 두고 성장하는 현상이다. 나무 꼭대기들 사이로 불규칙하지만 분명한 경계가 보이고, 그 사이로 얼기설기 하늘이 드러나는 게 마치 퍼즐 조각들을 이리저리 맞춰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정교하게 그려진 미로로 인해 숲이 하늘에 균열을 낸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흐린 날 올려다보면, 나무 꼭대기 사이로 퍼지는 부드러운 하늘빛과 얽히지 않는 가지들 덕분에 마치 거대한 생명체들이 서로 조심스럽게 공간을 나누는 듯한 경외감마저 든다.
이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정설이 없다. 이는 특정 나무종에서만 나타나는데, 대표적으로 벚나무,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인 블랙 맹그로브, 보르네오 혹은 수마트라에 분포하는 용뇌수 그리고 일본 삼나무 등에서 자주 관찰된다. 특히 일본 삼나무는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도 볼 수 있는 수종으로, 제주도 사려니 숲길이나 한라산 자락의 삼나무 숲을 걷다 보면 이 특별한 수관 구조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동일한 종이라도 모든 숲에서 크라운 샤이니스를 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나무마다 가지 유연성, 솎아베기(간벌)의 역사, 개체 간 거리 등이 서로 달라 “서로 닿았다 떨어지며 깎인” 가지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을 때는 틈이 메워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풍속이 강한 지역에서 측정한 연구에선, 바람에 흔들리며 가지 간에 마찰과 손상이 자주 일어난 나무에서만 명확한 간격이 유지되었고, 바람막이를 설치해 접촉을 인위적으로 막자 수개월 내에 간격이 메워지는 현상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아직까지 나무 간 ‘거리 두기’의 이유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몇 개의 유력한 가설이 있다. 우선 물리적 마찰 회피설이 있다. 즉, 바람이 불 때 나뭇가지들이 서로 부딪히면 잎이 손상되거나 병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가지를 확장하는 방향을 조절해 이런 피해를 막으려 한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이는 일종의 자가보호 반응이란 의견이다.
광합성 효율성을 위한 것이란 가설도 있다. 이는 나무들이 햇빛을 최대한 받기 위해 공간을 조절한다는 설명이다. 나무는 햇빛을 효율적으로 받기 위해 겹치는 부분 없이 잎을 넓히려 하며, 이로 인해 수관 간 틈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병충해 확산을 막기 위한 자연의 전략이란 설도 있다. 일명 병해충 확산 방지설로, 가지가 서로 닿지 않음으로써 곰팡이나 해충이 옮겨붙는 것을 방지한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이 현상이 나무가 서로의 존재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하나의 의사소통 방식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설도 제기되고 있다.
‘크라운 샤이니스’는 단순히 시각적으로 아름답기만 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나무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해 온 정교한 생존 전략일 수 있다. 인간의 눈에는 ‘비워진 공간’처럼 보이지만, 이는 나무들 사이의 비폭력적인 거리 두기이자 생태계의 지혜라 할 수 있다.
5월의 푸른 하늘 아래, 나무들이 비워낸 그 틈을 올려다보면서 자연의 섬세한 배려를 느껴면서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