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 성장률이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은 -0.246%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1분기 성장률을 발표한 19개 나라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19개국 중 18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이고 비(非) OECD 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중국이 포함됐다.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큰 캐나다 (0.4%), 이탈리아(0.26%), 독일(0.211%), 프랑스(0.127%) 모두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세계 1위 경제 대국이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혼란에 직접적 타격을 입은 미국의 역성장(-0.069%) 정도도 한국과 비교하면 미미했다. 일본과 영국은 아직 공식적으로 1분기 성장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이들의 성적 역시 한국보단 나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블룸버그가 최근 조사한 주요 기관의 국가별 성장률 전망치 컨센서스(평균)를 보면 1분기 일본과 영국의 성장률은 각 -0.1%, 0.6%로 추정된다.
한국의 세계 하위권 성장 성적표는 벌써 1년째다. 한국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1.3%로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주요 37개국(콜롬비아·리투아니아 제외 36개 OECD 회원국+중국) 가운데 중국(1.5%)에 이어 6위 수준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지난해 2분기에 -0.228%를 기록하며 32위로 추락했다. 3분기(0.1%) 역시 뚜렷한 반등에 실패하면서 26위에 그쳤다. 소비·건설투자 등이 살아나지 못하는 상태에서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까지 이어지면서 내수는 더욱 위축됐다. 결국 지난해 4분기에 0.066% 성장률을 기록하며 29위로 더 주저앉았다. 한은 조사 대상인 37개 국가의 성장률이 아직 모두 공개되지 않았지만, 올해 1분기 성장률도 최하위권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민간 소비와 건설 등 한국 내수의 구조적 취약성이 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현 상황에서 추락하는 성장률에 유일한 희망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이다. 앞서 한은은 12조 원 규모(정부안)의 추경이 집행되면 올해 성장률이 0.1%포인트(p) 정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애초 정부안보다 1조1000억 원 정도 더 큰 규모의 추경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성장률 제고 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