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과 기재부의 악연은 문재인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재부가 문재인 정부에선 보편적 재난지원금에 반기를 들었고 윤석열 정부에선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발목을 잡아 왔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민주당의 탄핵안에 맞서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일로 사실상 기재부에 대한 민주당의 응징(?)이 되돌릴 수 없게 됐다는 평가도 있다.
기재부를 출입한 지 올해로 벌써 14년이 됐다. 오래 출입하다 보니 기사가 너무 기재부 친화적이라는 지적도 받았고 반 공무원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그만큼 정이 들었다. 하지만 오래 지켜본 기재부는 예산 편성권이라는 힘을 무리하게 사용한 측면도 있다.
기재부는 이를 통해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증액해야 하는 국회의원들과 힘 싸움을 한다. 최경환 전 기재부 장관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고성을 주고받으며 괴롭힌 박영선 전 민주당 의원 지역구에 추가 예산을 한 푼도 주지 않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지자체장이나 공공기관장이 예산을 따내려고 기재부에 찾아와도 예약 없이는 5급 사무관 만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얼마 전 출입기자단과 오찬을 하던 한 공공기관장이 기재부 과장이 예정보다 일찍 서울에 가야 한다고 일찍 오라고 해서 부랴부랴 밥 먹다 일어나는 일도 있었다.
최근에 기재부가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새로운 내용이 없다. 어떤 대책을 발표해도 재정지원은 없고 금융을 통한 이자 지원이나 세제를 활용한 우회 지원이 대부분이다. 재정건전성에 사로잡혀 직접 보조금은 최대한 피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기재부 세제실장이 공공기관장으로 임명되면서 논란이 있었다. 민주당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약 90조 원의 세수결손을 일으킨 총책임자가 영전했다고 비판했다. 경제성장률도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회귀 등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지만 기재부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부처는 정부조직법으로 정해져 있으나 항상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해양수산부처럼 부처 자체가 없어지고 나눠질 때도 있고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눴다가 기재부로 합쳐지기도 한다. 기재부가 예산, 세제, 경제기획, 공공정책 등을 다 맡으면서 공룡부처라는 비판도 있었고 국내와 국제금융으로 나뉘어 비정상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민주당이 기재부가 미워서 3개 부처로 나누려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공룡부처라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재부가 쪼개지거나 운 좋게 살아남아도 한국경제를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변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