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NC의 임시 홈구장은 롯데의 세컨하우스?...울산 문수야구장과의 두번째 인연 [해시태그]

입력 2025-05-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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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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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생활 한 달 만에 NC 다이노스가 울산에 봇짐을 내려놓습니다. 기나긴 보부상 생활 청산이지만, 결국 집이 아닌 이웃집으로 향하게 됐는데요. 사고 이후 홈구장의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3월 29일 경기 시작 단 20분 만에 일어난 비극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는데요. 창원NC파크 3루 측 매점 부근 벽면에 붙어 있던 구조물이 떨어지는 사고로 20대 여성 팬이 머리를 크게 다쳤고, 병원 이송 후 사망했습니다. 이 사고는 신축 6년 차 야구장에서 벌어진 국내 최초의 치명적 구조물 사고로 기록됐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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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점검 결과 단순 부품 결함이 아닌 전반적인 구조적 불안정 가능성이 제기됐고, 구단은 전면적인 진단을 결정했는데요. 이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NC는 창원NC파크에서의 홈경기를 무기한 중단했습니다.

이에 NC는 리그 일정상 예정돼 있던 홈경기를 취소하거나 모두 상대 팀 구장을 향하는 원정 경기로 돌리는 등 한 달 넘게 ‘홈 없는 야구’를 치렀는데요. NC는 KBO리그 역사상 전례 없는 장기 원정 생활을 경험한 첫 구단이 됐죠.

올해 홈구장 경기 개최가 어려워진 NC는 빠르게 대체 구장 후보지를 검토했는데요. 당장 1군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구장이 전국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중 현실적인 선택지로 부상한 곳이 바로 울산 문수야구장이었죠. 롯데 자이언츠의 제2구장으로 수차례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을 치른 바 있으며, 2018년 KBO 올스타전 개최 경험까지 갖춘 정식 프로구장이었는데요.

시설 상태, 조명, 중계 인프라, 교통 접근성, 관중 수용력 등에서 무난한 점수를 받은 문수야구장은 결국 NC의 임시 홈구장으로 낙점됐고, 울산시는 NC의 결정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죠.


(출처=문수경기장 홈페이지 캡처)
(출처=문수경기장 홈페이지 캡처)


창원NC파크의 장기간 폐쇄 결정은 창원 지역 경제에도 적잖은 타격을 안겼는데요. 야구장 인근 상권도 침울해졌고, 시즌권 소지자와 예매권 보유자들 역시 대체 경기장 이동이나 보상 문제로 혼란을 겪었습니다.

반면 울산은 들떴는데요. 대규모 정규시즌 야구 경기를 다시 유치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지역 야구 유소년들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습니다. 울산시는 “경기 유치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민들에게는 스포츠 콘텐츠 제공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적극 환영의 뜻을 밝혔죠.

흥미롭게도 울산과 NC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NC 다이노스는 창단 당시부터 홈구장을 두고 여러 지역과 협의했는데, 그중 울산도 검토 대상 중 하나였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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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NC는 창원시와 협의를 통해 마산종합운동장을 임시 홈구장으로 쓰기로 하고, 본 구장 건설 논의를 시작했는데요. 창원시는 2013년 1월 진해 옛 육군대학부지를 홈구장 입지로 일방 선정하며 발표했죠. 이에 NC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진해는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고, 관중 기반 역시 마산과 창원보다 취약하다는 이유를 내세웠죠. NC는 울산 문수야구장도 검토했지만, 롯데 자이언츠가 이미 제2구장으로 활용 중이었고, 연고권 충돌 우려와 행정 관할권 등의 복잡한 문제가 걸림돌이었습니다.

결국 NC는 마산종합운동장의 리모델링이라는 타협점을 택했고, 2019년 ‘창원NC파크’라는 이름으로 새 홈구장을 개장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울산과 진해 모두 ‘거쳐간 후보지’로 남게 됐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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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는 지난달 4일부터 이달 7일까지 33일째 원정 경기를 진행했는데요. 이 기간 총 26경기를 치른 NC는 8승 18패로 승률 0.308을 기록했다. 전담 훈련장이 없고, 호텔과 이동 일정을 반복하며 치른 경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죠. 특히 이달 들어 롯데와의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kt 위즈와의 경기는 스윕을 달성하며 현재 기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집중력 있는 경기력을 보이며 하위권 추락을 막았죠. 그렇기에 경기력 유지를 위한 안정적 루틴 확보가 절실했는데요. 이러한 이유로도 구단은 조속한 대체 홈구장 선정에 공을 들였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울산 문수야구장은 롯데의 제2구장인데요. 제2구장 문화는 과거 지역 밀착형 마케팅 수단이자 지방 야구 활성화 수단으로 기능했지만 현재는 중계 여건, 관중 동원력, 운영비 부담 등으로 많은 구단이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롯데 또한 2018년 이후 문수야구장의 활용도를 점차 줄였고, 최근 몇 년간은 사실상 운영이 중단된 상태였는데요.

다른 제2구장 상황도 비슷하죠. 한화 이글스는 제2구장인 청주야구장에서 지난 시즌까지 경기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예정돼 있지 않습니다. 이 또한 청주시의 반발을 불러왔죠. KIA 타이거즈 역시 한때 군산 월명야구장에서 매년 수차례 경기를 열었지만, 2013년 이후 중단된 상황입니다. 다만 삼성 라이온즈는 올해 kt와 포항 시리즈를 예고했는데요.


▲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NC 선수들이 9대6으로 롯데를 누르고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NC 선수들이 9대6으로 롯데를 누르고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NC는 위와 다르게 이번 울산 활용으로 제2구장을 ‘비상 홈구장’으로 쓰는 첫 사례죠. 홈구장 입지로 한때 고려됐다가 무산된 장소이자, 이제는 사고로 인한 떠돌이 생활 끝에 다시 찾은 구장이 된 건데요. 첫 경기는 16일 키움 히어로즈전으로 예상됩니다.

과거 묘한 인연이 ‘임시’지만 다시 만나게 해준 걸까요? 비록 임시이지만, NC가 다시 관중의 함성과 함께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됐죠.

과연 이곳은 NC에게 ‘비상 대피소’에 머무를지, 아니면 ‘기억의 홈’으로 남게 될지… KBO리그 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홈 이동, 2025년 울산 문수야구장의 불이 다시 켜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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