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에는 신문, 방송, 포털 등 미디어가 공론장의 중심축이었던 반면 이젠 유튜브가 여론을 형성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것이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래도 여전히 규제는 전통 매체의 틀에 얽매여 있어 이제 유튜브가 저널리즘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배진아 한국언론학회장(공주대 교수)은 9일 서울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경계를 넘어선 저널리즘: 사회 통합과 초극화의 사이에서' 기획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유튜브 등 1인 미디어의 부상으로 변화한 정보 유통 구조 속에서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한 학술적·정책적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사회를 맡은 이나연 연세대 교수는 "현상적으로는 유튜브도 저널리즘 안에 들어와 있다"며 "유튜브 저널리즘이라는 표현 자체에 대해서 논란이 있지만, 이젠 본격적으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서 어떠한 결론이든 도달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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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경상국립대 교수는 이날 '극우 유튜브 채널과 언론의 의제 비교 분석'을 주제로 "유튜브 채널 내 391개의 동영상과 언론사 2만381개 정치 기사를 분석한 결과 극우 유튜브 채널은 비상계엄 정당성, 총선 부정선거론, 현장 영상이나 헌법재판관에 대한 허위사실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부정적인 뉘앙스로 지나친 비난과 분노가 많이 표현된 반면 언론사는 비상계엄의 부당성, 탄핵 소추 및 수사 상황 등을 일련의 사건을 종합적으로 다루며 의제를 형성했다"며 "정치 유튜브 채널을 저널리즘의 영역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지 논의가 필요하다. 극우 유튜브 채널에서 생산된 정치적 허위정보의 규제 필요성과 가능성을 고민해야 하며 정치 시사 유튜브 채널에 대한 유형화를 통해 규제 공백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영흠 성신여대 교수는 언론사와 유튜브 채널 간의 적대적 정파성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낙원 서울여대 교수는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의 문제점을 음모론과 허위조작정보의 확산,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 조장, 혐오와 증오, 폭력을 선동하는 적대적 양극화로 꼽으며, 이런 현상을 "허위정보가 곰팡이처럼 잘 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유튜브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플랫폼과 표현의 자유 한계에 대한 논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아란 고려대 교수는 "뉴스와 정보를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행위도 저널리즘에 포섭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국에서 2명 중 1명은 유튜브로 뉴스를 이용하고 있어 뉴스 소비의 주된 통로는 포털에서 유튜브로 옮겨갔다"면서도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와 일반 크리에이터는 현행법상 언론에 해당하지 않고 해외사업자는 신문법상 인터넷 뉴스 서비스 제공사업자로 등록하지도 않아 규제의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온라인 안전을 위해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미디어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